2022년 봄날의 나에게
그동안 글을 써본 경험이 몇 번이나 될까? 초등학생 시절 일기를 쓴 이후로는 없는 것 같다.
다른 건축사님들은 과연 어떤 글을 썼는지 차분히 읽어보려 했지만 마음이 급해서인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일 하는 중간 중간 또 운전대를 잡으면서 어떤 주제로 글을 써볼까 고민하다, 결국 이제 막 개업한 나에게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훗날의 내가 돌아볼 수 있도록 “2022년 나의 생각은 이랬어” 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그럼 당찬 신출내기 개업 413일차 건축사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2020년 12월 30일, 우여곡절 끝에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시험을 준비하며 “무조건 난 개업할 것”이라고 막연한 꿈이 한 단계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2주 정도 지난 1월 12일 제이아건축사사무소라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일사천리로 사무실 문을 열었다. “자 개업을 했으니 드디어, 일을 시작하는 구나. 이제 시작해보자” 멋지게 시작했다.
그런데 일이 없다. 당찬 포부와 건축설계 10년 차 경력이 일감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그동안의 세월이 부질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황새는 일을 물어다 주지 않았다. 회사라는 온실 속에만 있던 내가 덩그러니 아마존 한가운데 던져진 기분이었다.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책임도 혼자 져야 하는 무시무시한 정글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개업 초반에는 일이 정말 없었다.
고민의 시간을 보낸 끝에, 못 다한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에 도시재생 대학원에 진학했다. 일이 없다고 하루하루 시간을 계속 버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평생공부라는 말이 있지만 역시 공부는 때가 있다. 눈은 책을 읽고 있지만 도통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래도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이제 남은 일 년을 잘 버텨서 시작한 공부를 마무리 짓자고 혼자 다짐한다. “석사 김진아!!”
작년 한 해 정책위원과 시·군의 건축위원 활동도 할 수 있게 됐다. 회의 때마다 주제 별로 사안의 특성이 뭔지 감을 잡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직접 발언하는 경우는 몇 번 없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현안을 대하는지 귀동냥으로 배울 수 있었다.
보통 필자 같은 신입회원들은 이런 자리 제안이 왔을 때 “아는 게 많이 없어서” 혹은 “번거로워서”라는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내가 이야기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진아야, 지금 마음가짐처럼 나중에 일 많다고 활동을 귀찮아하지 말자!!”
어떤 이가 쓴 글인지는 모르지만 대학 시절부터 마음에 새기는 글귀가 하나 있다. 나의 포트폴리오 한 귀퉁이에도 자리 잡고 있는 문구는 ‘오직 내가 꿈꾸는 정도까지만 나는 될 수 있다’는 글이다. 그래서인지 회사를 다닐 때도, 개업을 한 지금도 일을 시작한 이상 겁내지 말고 오는 일은 다 부딪혀 보자라는 생각이 있다. 내가 멈칫 하는 순간 누군가는 해내고 있을 것이니까 말이다.
돌아보면 운 좋게도 작년 한 해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로 정신없이 보낼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현상 2건과 입찰 2건을 정리하고 처음으로 감리와 업무대행도 해보았다. 혼자서 감당하기 벅찰 때마다 주변 분들이 할 수 있다 잘될 것이다 응원해주고 도와주셔서 모든 걸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움을 준 분들의 고마움을 절대 잊지 말자!! 혼자 하는 성장은 없다.”워낙 글 쓰는 재주가 부족한지라 맥락 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다. 옆에 있는 딸아이에게 “다른 분들도 읽는 일기를 쓰는데 많이 부담스럽다”라고 말하니 올해 열 살 된 딸 아이는 엄마 흑역사도 경험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좋다!! 한 우리 아이들 이대로만 잘 성장해 다오”
“성숙한 웃음을 짓는 건축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라며 입사했던 2009년의 어린 나는 2022년이 된 현재도 성숙한 웃음(건축관과 철학)을 찾느라 표류중이다. 다만 제이아건축사사무소는 올해도 내년에도 또 10년 후에도 열심히 달리고 있을 것이다. “넌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