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를 통해 본 사실(fact)의 힘

2011-11-01     편집국장

‘나는 꼼수다’ 열풍이 거세다. 팟캐스트 기반의 시사풍자 토크쇼 '나꼼수'는 지난 4월 말 '국내 유일 가카(각하) 헌정방송'이란 간판을 달고 첫 등장했다. 말 그대로 대통령과 그 주변세력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 주 내용이다. 초반 '변방의 북소리'에 그쳤던 '나꼼수'는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힘을 키우더니 서울시장 보선 정국을 맞아 폭발적 반응을 불렀다. 이들이 재구성하는 서사(敍事)는 일단 '팩트(fact:사실)'로 시작된다. 이를 바탕으로 위태롭고도 유쾌한 언어로 각종 권력형 비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는 이들의 걸진 입담이 '나꼼수'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이다. 어떤 주제든 항상 '팩트'라는 근거를 기본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 '나꼼수'의 가장 큰 힘이다.

지난 7월18일자 '도시재생신문'에 게재된 '재건축 재개발 사업승인의 성공열쇠 세미나' 기사는 과거 모 방송국의 '러브하우스'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의 발표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이 기사는 대한민국 건축계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용 자체는 차치하자. 건축관련 신문임에도 불구하고 기사에 쓰인 용어 자체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양 대표에 대해 '건축가'와 '건축사' 호칭을 혼재하여 사용하고 있다. 양 대표는 건축사가 아니다. 국내는 물론 국외 건축사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정작 건축사는 '설계가'라고 칭하고 있다.

다음은 양대표 개인에 관한 문제다. 양 대표 개인 블로그에는 본인을 건축가로 소개하고 본인이 설계했다는 건축물 사진과 함께 설명이 다수 발견되고 있으며 각종 언론매체에서 자신을 '건축가'로 소개했다. 또한 그는 건축설계 관련 사업을 현재까지 영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업을 목적으로 한 유사명칭 사용을 금하는 건축사법 위반사실이 명백하고 관습을 이용한 꼼수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건축가'라는 용어의 남용을 묵인한 시대상황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자격을 인정받은 건축사(Architect)의 건축설계를 요구한다. 그래서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자격상호인정 조항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제 대한건축사협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 관습적 병폐의 묵인은 건축학 5년제 교육을 도입, 우수 건축사 양성에 발 벗고 나선 교육계와 후학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과거를 위해서나, 현재를 위해서나, 미래를 위해서도 사회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나꼼수'에 열광하는 국민들이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