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땅에 세워진 모두를 위한 건축물”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우수상 신성진 건축사 면목동 공동체주택 마을 지원 허브 ‘집집마당’ 설계 따로 사는 것이 익숙한 시대, ‘함께’의 가치 확산 “작은 부분이라도 공공적 역할 감당하는 건축물 되길” “건축사의 사회적 지위는 우리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어”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은 매년 준공된 건축물 중 우수한 건축물을 찾아 시상하는 동시에 변화한 건축 트렌드를 반영하는 새로운 건축물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의미도 갖는다. 신진건축사부문 수상작을 통해 현 시기 건축의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 건축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신진건축사부문 수상자들의 생각과,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함께 고민해 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 중랑천을 가로지르는 겸재교의 개통에 따라 도로가 확장되면서 겸재로를 따라 ‘도서당’이라는 이름의 일곱 개 테마를 가진 면목동 공동체 주택마을이 조성됐다. 공동체 주택마을이란 보통 단독주택단지와 달리 입주자들이 공동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공통의 관심사와 생활 문제를 함께 나누는 마을이다.
도로 확장으로 남겨진 자투리땅에 ‘도서당’ 입주민들의 지원본부 격으로 자리 잡은 곳이 바로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우수상 수상작 ‘집집마당’이다.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과 상담을 통해 입주민들의 삶 속에 공동체가 잘 자리 잡게 하는 역할을 곳이다.
수상자 신성진 건축사와, 함께 설계를 담당한 손경민 건축사는 이 건축물이 공공재로써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두 건축사는 겸재로를 기존 4차로에서 6차선으로 확장하면서 남은 ‘ㄱ’자 형태 자투리땅으로 폭 2m의 땅을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공중가로는 겸재로를 입체적으로 확장하며 기존의 골목길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집집미당이 위치한 곳은 30m 폭의 겸재로와 4m, 8m 폭의 마을길이 만나는 중요한 지점으로 설계자는 저층부에 열린 공간을 계획하여 외부공간에서는 물론 1층 서가 라운지와 이어진 주민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좁고 길게 남겨진 대지의 한계는 2층으로 직접 진입할 수 있는 계단을 건물 주요부에서 연장해 실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는 라운지 공간과 서가가 구성되어 있는 1층 내부는 이 건축물의 공공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2층은 지원시설로서의 교육실, 3층은 업무공간으로 이루어져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반군더더기 없는 구성을 갖췄다. 2층의 교육실은 도로를 바라보는 외부 발코니로 확장될 수 있어 본연 교육의 기능 말고도 대화나 담소의 공간 혹은 학습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최대 8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며 원데이 클래스, 주민회의, 전시공간, 놀이방 등의 용도로 사용가능하다.
심사를 담당한 조종수 심사위원은 “건축에서 공공의 상징을 표현하는 것은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초고층과 같이 매스는 스스로 만들어진 몸집만으로도 거대하고 매시브한 상징으로 도시의 실루엣을 만들어낸다”라며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 작품은 L자형 대지형상과 공공성이라는 요소를 건축사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은 “수평으로 들어 올려져 생성된 1층은 열린 공간과 투명한 외피를 사용하여 개방성을 담아냈다. 이 작품은 각 층이 갖는 기능을 떠나서 인간의 신체가 외부공간에서 움직이는 방식을 통해 지층에서 옥상층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식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잘 읽혀지는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현재 집집마당은 면목동 공동체주택 마을은 입주자들 아니라 인근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동네 사랑방인 동시에 각종 행정 지원과 교육을 담당하는 허브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도서당 입주민 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거듭나며 새로운 공동체 주거문화를 이끄는 허브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은 설계자 신성진, 손경민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수상 축하드립니다. 수상작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집집마당은 서울시 공동체주택 사업의 교육과 입주민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는 시설로 면목동 공동체주택마을 단위 커뮤니티 역할을 합니다. 대지는 겸재로를 기존 4차로에서 6차선으로 확장하면서 남은‘ㄱ’자 형태 자투리땅으로 폭 2m의 땅을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전면에 계획한 공중가로는 겸재로를 입체적으로 확장하며 기존 도시조직(골목길)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앞으로 집집마당을 주민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고 마을의 자랑할 만한 공간이 되었으며 합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건축은 도시적 공공재입니다. 건축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설계하는 건물은 건축주의 사익도 중요하지만 작은 부분이라도 공공적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우리가 건축적 공간을 고민하는 것이 공공을 위한 것이고 우리 건축사들 내부의 개인적 고민을 넘어 대중들이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건축사의 사회적 지위는 우리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번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집집마당은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공공프로젝트로 건축사의 역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건축사뿐 아니라 건축주(서울시 주택공급과)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덕분에 설계의도가 더욱 잘 구현 될 수 있었습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친환경 건축입니다. 단열재로 꽁꽁 싸서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는 건축이 아닌 자연과 조화롭게 할 수 있는 건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건축재료를 쓰면 환경적으로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에서 건축의 역할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