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건축의 종합예술

2011-11-01     정혜진 다이아치과 원장

월요일 아침, 원장실에서 바쁜 일주일을 준비하다보니 처음 개원을 준비하며 건축사분들과 만남을 가졌던 날이 생각납니다. 페이닥터 시절에는 항상 제 병원을 가지고 환자들과 좀더 가깝게 만나고 싶었던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드디어 개원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설렜던 것이 기억납니다. 초여름의 햇살이 기분 좋았던 오후였는데요, 건축설계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미팅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의 8층에 위치한 병원공간을 어떻게 설계하면 환자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해보았던 터라, 개방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미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텅 빈 사무실 같은 공간이 어떻게 예쁘고 편한 치과로 변할 수 있을지 막연하기도 하고 동선 같은 것을 고려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지요. 그런데 3주정도의 기간 동안 건축사분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고 사진도 보고 이리저리 고치다 보니 저도 도면을 보고 완성된 내부의 모습을 대충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시절 가보았던 치과들은 어딘가 모르게 답답하고 무서운 느낌의 기억이 있어서 밝고 시원한 분위기를 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설계를 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몇 번의 수정 끝에 나온 도면을 다시 고치는 일도 생겼습니다. 단순히 느낌이 시원하거나 공간자체를 넓게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치과병원의 특성상 동선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장실에서 스텝실까지, X-RAY실과 진료실까지의 거리 등도 고려하여야 하고, 또한 8층의 전면 통 유리창을 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희 건물의 다른 층 병원들은 결국 전면 통 유리창을 살리지 못하고 답답하게 막힌 구조를 선택했는데 저희 미팅이 계속될수록 제가 원하는 내부의 모습대로 모양이 갖춰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건축설계는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을 생각했습니다. 건축설계는 단순히 도면을 기계적으로 그리는 기술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동선을 고려하고 행복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전망을 생각하며 동시에 배관이나 배선 등 세부사항을 조율하여야 합니다.

치과치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병원일 외에는 다른 일을 해 보지 않아 새로운 분야인 건축설계에 참여한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는데 건축설계 역시 많은 요소를 고려하고 기초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치료와 비슷하다고 느낀 이후에는 더욱 열심히 현장에 나가보게 되었습니다. 치료를 할 때에는 단순히 이의 상한 부분을 제거하고 금이나 세라믹 등의 물질로 덮는 것이 치료의 전부가 아니라 환자의 전체적인 잇몸의 상태나 다른 치아와의 조화, 그리고 환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치료과정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치아가 완전히 상한 경우에는 치아를 뽑아내고 ‘임플란트’라는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마치 건축설계가 기초부터 잘 되지 않으면 다시 손해를 감수하고 변경해야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진료를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오늘도 기본적인 진료부터 정석대로 치료하려는 다짐을 하며 일주일을 시작합니다. 제가하는 진료가 환자들의 평생 치아설계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