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에서의 학습관점이 중요한 이유
경영학 분야의 거장급 연구자인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전략 분야의 학파를 총 10개로 구분했다. 각 접근법 모두 의미가 있다. 전략은 디자인 하는 측면도 있고 기획(planning)하는 측면도 있다. 기업가정신이 중요하다는 관점도 있고, 경영진의 인식과 인지가 중요하다는 관점이 있다. 사내 권력 관계가 전략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문화와 환경, 구성적 관점을 통해 전략을 이해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전략을 학습 과정으로 바라보는 학파도 있다.
일반적으로 전략은 사전 기획이나 의도, 디자인을 중시한다. ‘전략기획’이란 말이 통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략가는 뭔가 도모하고 계획하고 기획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10개의 학파 가운데 학습 학파의 관점을 가장 좋아한다. 천재급 인재가 책상머리에서 짠 멋진 전략이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이리 저리 실패하면서 성공의 비결을 찾는 게 현실에서 훨씬 자주 목격되기 때문이다.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인 아르떼뮤지엄으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디스트릭스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킨텍스에서 야심차게 개최한 대규모 전시회인 라이브파크, 제주도에 마련한 플레이케이팝 사업이 모두 실패해 큰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 두 실패 사례로부터 큰 교훈을 얻었다. 두 사례 모두 최신기술과 인터렉션하는 놀라운 체험을 제공해줬지만 정작 관객들은 이를 낯설고 어려워했다. 낯선 기술 학습에 따른 피로감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다수 고객들에게 다가가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 회사는 넥센타이어의 마곡 신사옥에 물을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는데, 일부러 작품을 보기 위해 넥센타이어 사옥을 찾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대중들이 ‘물’을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파도와 다양한 자연 소재들을 중심으로 공간을 꾸미면 남녀노소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르떼 뮤지엄의 핵심 콘셉트인 ‘Eternal Nature’가 만들어진 계기다.
자연스러운 인터렉션이란 아르떼 뮤지엄의 핵심 콘셉트도 경험과 학습을 통해 나온 것이다. 과거 라이브파크나 플레이케이팝은 직접적으로 작품과 관객이 인터랙션 하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어 라이브파크는 달 뒤편에 존재하는 평행세계에 노이라는 토끼가 월계수 씨앗을 모아 멀어진 달을 지구로 가까이 옮겨야 하며, 관객들도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콘셉트이다. 창의적 스토리지만 처음 접한 관람객이 받아들이기에 부담스러웠다. 여기서 교훈을 얻어 아르떼뮤지엄에서는 관람객들이 마음대로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관람하도록 해 부담스러운 인터렉션을 없앴다.
이밖에 예술가들에게 작품을 맡기면 창의성과 완성도가 높아지지만 대중적 관점이 결여된다는 문제를 파악하고 일반인의 시각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창작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지속적인 학습과 실행이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 전략에서 학습 관점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