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어렵다

2022-03-07     김효엄 건축사 · 무아 건축사사무소 <울산광역시건축사회>
김효엄 건축사

오래전, 조그맣게 사무소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부터 선배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던 잔소리가 있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빨리 골프를 배워라.” 뒤이어, 여러 사람들과 사귀고 어울리기에는 이만한 운동이 없다, 매일 늦게 까지 일하고 술 마시고 하는데 건강을 위해서라도 한 가지 취미와 운동은 필요하다, 여러 가지 합당한 이유들이 따라 붙었다. 서른을 갓 넘긴, 나름 건강하고 체력에 자신 있다 생각했던 당시에는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 모레 마감이에요. 바빠요.” 나를 위한 변명을 늘어놓곤 하였다.

하지만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체력도, 건강도, 일에서 생기는 여러 스트레스도 정신력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시점이 왔고, 우연한 기회에 골프에 입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구입한 골프채와 레슨비가 아까워서라도 억지로 연습장을 찾았다. 바쁜 와중에 잠깐 일을 내려놓고 다른 것에 집중을 한다는 것이 삶의 여유를 찾아주고 도리어 일에 집중하는 것에도 긍정적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요즘은 바쁜 사이에도 꽤 많은 시간을 연습장에서 보낸다. 하지만 노력을 쉽게 배신하는 운동이 골프인거 같다. 도무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분명 내 몸에 달린 팔로 골프채를 휘두르건만. 가만히 서 있는 공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다. 

이력서에 이름처럼 또박 또박 정자체로 한자씩 써 내려가면 실수하지 않고 쉽게 그린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의 욕망은 그렇지가 않다. 몸이 따라 주지 않음에도 스윙폼은 프로에 비견되어야 하고 드라이버의 비거리는 앞의 경쟁자보다 더 길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골프에서 우리의 삶과 닮은 점이라면 그런 욕심에서 비롯된 실수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다음 타, 오롯이 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 번 더 모험에 베팅을 할 것인지, 페어웨이에 안착할 것인지, 다음 홀로 승부를 미룰 것인지 무엇을 선택하든 공과는 나의 것이다.

그리고 시작점에서는 거리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단번에 멀리가려하면 일을 그르친다. 그보다는 세운 목표를 향해 방향을 잃지 않고 접근해 나가는 인내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끝나는 시점에는 방향보다는 거리, 멈추어야 하는 곳에 정확히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과유불급이라. 한 번에 넣겠다는 과욕에 몸에 힘이 들어가면 홀컵에서 더욱 멀어질 수 있다. 미치지 못하면 긴장감 넘치는 숏퍼팅을 다시 해야 된다.

혹자는 골프를 위해 필요한 것이 네 가지 있다고 한다. 건강, 시간, 돈, 그리고 함께할 친구. 모두 삶에 있어도 중요한 요소들이고 때론 이중 한 가지에 치중하다 나머지를 잃게 되는 경우도 겪게 된다. 항상 중심을 잡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생과 골프 둘을 지혜롭게 즐기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곧 봄이다. 시끄러운 전화기를 던져두고 봄의 싱그러운 잔디 위에 마음이 좋은 친구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보내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