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목조건축 청참(聽讖)

2022-02-21     이동흡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객원교수
이동흡 교수

정월 초하룻날 새벽 발 닿는대로 걷다가 처음 들리는 소리로 한해의 운수를 점치는 것을 청참(聽讖)이라 한다. 코로나블루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임인년(壬寅年) 새해 를 맞으면서 현관문을 열고 산책을 나서며 바깥세상에 귀를 기울여 본다. 올 해는 검은 범(虎,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 하면, 밴드 이날치가 불러 유명해진 ‘수궁가’ 중 호랑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長林) 깊은 골로 대(大)한 짐승이 내려온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누에머리 흔들며, 전동 (화살통) 같은 앞다리, 동아(활과 화살 을 꽂는 물건)같은 뒷발로 양귀 찌어 지고(찢어지고)…” 우리 전통문화 속의 호랑이 모습이다. 호랑이 등을 타고앉아 길고긴 코로나19의 극복과 일상생활 회복의 염원을 담아 2022년의 목조건축에 청참해 본다. 

2022년 우리나라의 목조건축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 궁금하다. 국제적으로 작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에서 각국 수뇌를 비롯한 지식인이 한 자리에 모여, 22세기의 지구를 지키자는 약속을 했다.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폭을 산업화 시대 대비 2°C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상승의 폭이 최대 1.5°C를 넘지 않도록 억제하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한 합의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 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실현 가능성 논란 이 이어지고 있다. 국 제적 수준과 국책에서 요구되는 탄소중립은 나라의 경제와 산업구조를 바꿀 만큼 중차대한 일이다. 그러므로 대선 이후, 해결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건축분야에서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8%에 달하는 335억 톤을 해결 하기 위한 적극적인 탄소중립 방안 마 련에 분주한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탈탄소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의 하나로 주목 받는 것이 목조건축이므로 그 움직임이 목조건축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어날 것을 예상한다. 하지만 국내의 목재자원이나 목재산업 기술 등의 제반 여건이 이를 수용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건축용 목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 상태에서 목재를 비롯한 건설 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과 품귀 상태가 일어나고 있어, 목조건축 시황을 낙관할 수 없게 한다.

최근 목조건축의 붐을 조성하는 중고층 대형 목조건축물의 건축재는 구조용 집성재나 직교집성 판(CLT)과 같은 공학목재다. 최근 아파트의 수직 증축 최상부 리모델링에 공 학목재를 적용한 증축이 구조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콘크리트보다 공학목재가 증축 용적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공학목재가 고부가가치를 낳는 제품으로 거듭나면서 생산기반과 제조기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한 목재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으면 탄소저장을 인증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탄소중립에는 직접적인 도움을 당장 줄 수 없다. 국내 목조건축 발전과 건축재 의 수급 안정성을 위한 가까운 미래를 기약하며 당분간 소재를 수입해서 완제 품을 만드는 산업에 대한 한시적 제도 지원도 고려해 봄직하다. 차제에 국산 소재에 의한 안정 공급 체제로 전환하 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림의 경영, 목재가공·유통, 그리고 목조건물을 축으로 연결되는 전략이 요구된다.

산림에는 목재 생산뿐만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흡수·고정, 토사 재해 방지, 수 원함양, 생물 다양성 보전의 기능이 있다. 이러한 공익적 기능 증진을 위해 조림·육림·벌채·이용·재조림의 순환 사이 클이 필요하다. 임도망 정비, 고성능 임 업 기계의 도입 등 임업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젊은 임업 종사자를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내외에서의 산림 경영, 목재, 건축재의 제조·유통, 목조건축 사업,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이라고 하는 ‘목재’를 축으로 한 가치사슬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이미 건축물에 이용되는 목재는 파리협정에서 수확한 목재를 가공 한 목재 제품(HWP)로서의 탄소고정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 칼로리 표시와 같이 목재, 건축자재나 건물에 탄소배출량이 나 탄소의 고정량이 명시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므로 목조건축이 그 수혜를 받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한편 코로나 백신 접종 등으로 신규 감염자수가 일단 진정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변이주가 발생하고 있어 예측불허의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위드코로나의 생활 스타일에 대한 대응, 지역사회 감염차단을 위한 재택근무 등이 목조건축 발전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달라진 것은 직장과 주거의 거리이다. 이제 온라인 회의의 도입으로 근무 위치가 중요하지 않음이 인식되면서 재택근무의 주거공간이 재검토되고 있다. 주거에서 홈과 사무실의 공간분리가 필요하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거주방식이나 생활방식에 대한 요구가 주거의 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가족과 여성의 의견을 살린 디자인으로 생활 및 취미 활동을 살리기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애완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새로운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조건축이다. 그 확산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긴 역사 속에서 나무를 알게 되었고, 나무를 지키고 나무의 보호를 받아 왔다. 나무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감촉이 마음에 안락과 따스한 온기를 주고 있다. 나무는 생명이 없지만,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숨을 쉬고 있다. 습기를 조절하고 보온을 하는 천연 에어컨으로 생활에 편안함과 건강을 지켜준다. 목조건축은 기계적이고 직접적인 냉 난방에 의존하지 않고 태양광과 바람 등 자연의 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생태건축의 기본이다. 이제 목조건축은 선진 테크놀로지로서 탄소중립 건축기술의 중심이 되고 있다. 나무를 통해 우리나라 건물 부문에 주어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32.8%를 달성하고 환경선진국으로 발전시키는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청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