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대한건축사협회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 공포됐다. 22년의 질곡을 거쳐 의무가입제로 환원됐다. 박수를 치며 환호할 일이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면 의무가입은 목표 어젠다가 될 수 없다. 수많은 문제를 풀기위한 첫 번째 관문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건축의 비전과 위상을 확보하고, 우리 사회에서 건축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모두의 대한건축사협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 번째, 비전을 제시하자!
이제부터 누적되고 산적한 여러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익을 우선하기보다 국가와 국민 앞에 도덕적 명분과 비전을 제시하는 거대 화두를 선언해야 한다.
세계와 역사의 축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건축의 가치를 확보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도시공간을 창조하는 일선의 책임자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과정의 투명성과 완성도, 안전성과 사회적 문제 해결을 제안하고 실현해야 한다. 이런 비전의 방향을 우선해야 하며, 이는 눈앞의 이익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 윤리적 선언을 해야 한다!
의무가입이 비도덕적인 거래 행위나 관행의 울타리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 또 국가와 마주하게 될 의무가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 건축사들의 도덕적 입장과 명분, 실천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안착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적극적 참여가 없어도, 소극적인 건축사의 손을 끌어서라도 함께 호흡하고 참여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윤리위원회의 조직과 실천 강령,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고, 비도덕적이고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계뿐만 아니라 시장 퇴출도 필요하다. 강력한 도덕성이 작용해야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건축사라는 전문직이 우뚝 설 수 있다.
세 번째, 건축계의 다양성을 담아야 한다!
과거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과거 의무가입제에서 임의가입제로 전환된 이유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는 경쟁을 통한 발전이라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는 소통의 부재로 인한 결과였다. 그리고 소수의 독점과 변화에 대한 거부가 원인이었다. 상처와 갈등, 문제는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서 나타난다. 건강한 조직과 사회는 충분한 토론을 통해 이런 갈등과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전투적 사고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무가입을 통해 확대된 건축사 사회는 단일 대오가 아닌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갈등을 피해서도 안 되고 묵살해서도 안 된다. 적당한 선에서 양해와 양보를 통해 서로 공생해야 한다.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와 가치관이 절실히 요구된다.
네 번째, 건축사 간의 갈등 요인을 제거하자!
불안한 제도는 없애야 한다. 현재 상호 간에 업무월권적인 개입과 간섭으로 상호 불신을 낳고 있다. 그런 법적 제도와 장치들을 제거하고, 정말 필요하다면 범위와 책임 그리고 권한을 축소하고 명문화하여 과도한 임의 판단을 막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의무가입이 우리 건축사 개개인에게 어떤 우산 역할이 되는지 고민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