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에 의해 조합되는 대한민국

2022-02-09     이창율 건축사 · (주)GA건축사사무소 <광주광역시건축사회>
이창율 건축사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광주광역시와 광주도시공사가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 동쪽 나대지에 추진하고 있는 광주형 평생주택 시범사업의 설계공모에서 ‘Beacon Platform(빛고을 복합주거 플랫폼)’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공공임대주택의 전형에서 벗어난 변화감 있는 입면 파사드와 배치계획, 그리드 모듈에 의한 다양한 평면과 단위세대 계획 ▲사업 대상지가 위치한 도시 주변의 아파트 단지 ▲도서관과 복합문화공간으로 공원 ▲보행자 전용도로와 연계하는 개방된 외부공간 구성 및 열린 통경축 계획이 우수해 선정되었다.

“광주에서는 공동주택 설계를 왜 이렇게 할 수 없는가요?” C 석좌교수가 질문했다. 필자는  “광주광역시의 모든 임의규정을 없애고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조례에 의해서 설계를 하게 되면 이렇게 수준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광주형 평생주택 공모작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여 모든 임의규정을 배제한 작품이다. 임의규정에는 입면적, 차폐도, 주동의 층수, 가로구역별 높이, 지구단위수립지침, 건폐율, 용적률, 용도용적제, 그리고 건축물의 인허가 과정에서 40여 건의 심의 규정들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알고리즘에 의해 조합되는 사회다. 알고리즘은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절차의 컴퓨터 프로그램이지 신은 아니다. 알고리즘은 인간의 영역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이를 전제하더라도 최근 지자체마다 ‘인공지능(AI) 선도도시’를 외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AI 기술을 건축물의 인허가, 사업승인, 에너지 절감 등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 인허가, 인증, 심의, 승인 과정에서 알고리즘의 개발이 필요할 때이다. 각종 심의 과정의 알고리즘은 건축, 경관, 도시, 교통, 지구단위, 개발행위, 문화재, 소방, 구조 등 22개의 가짓수가 있다.

이에 따른 알고리즘은 에너지절약설계기준, 에너지소비총량제, 에너지절약형친환경주택건설기준, 공동주택소음방지대책, 건강친화형주택건설기준, 결로방지설계기준, 범죄예방건축기준, 장수명주택인증, 공동주택성능등급인증, 녹색건축인증,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 제로에너지빌딩인증,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 지능형건축물인증, 일조환경분석, 교육환경평가, 저영향개발사전협의제, 수질오염총량관리제, 빛공해방지심의, 지하안전영향평가, 소방성능위주설계심의, 구조안전심의 등이 있다. 

이 절차 수행기간은 425~480일이 소요된다(FKI 보고서). 알파고 AI의 알고리즘 가짓수 361!은 인간의 단위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2.6×10845 승의 무량대수이다. 건축법 시행령 ‘별표1’ 29개의 대분류 용도별 각종 심의, 자문, 인증, 협의 등에 따른 체크리스트를 만들면 다 합한 가짓수의 알고리즘은 총 1만 개도 안 된다. 지금이 바로 인간이 별도의 기준을 정해주지 않는 방대한 데이터를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해 주는 알고리즘 AI에 의해 인허가, 심의, 사업승인을 득해야 할 때이다. 4차 산업혁명, 스마트시티 시대의 경쟁력 있는 정책을 대한건축사협회가 견인하는 변곡점의 시점으로 AI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대한민국은 알고리즘에 의해 조합되는 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