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가입은 변화의 시작이다

마침내 ‘의무가입 건축사법’ 국회 통과 ‘대한민국 건축 업그레이드’ 모멘텀 조성 유구한 건축문화 창달의 기수 건축사 역할과 책임 자각하고 더 큰 비전과 목표 향해 성과 만들어야

2022-01-20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국회는 1월 11일 열린 본회의에서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핵심으로 하는 건축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재석 의원 205명 가운데 찬성 188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건축사는 대한건축사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직업윤리에 관한 윤리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건축사의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 22년 만에 확정되었다. 지난 1월 11일 건축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일 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건축사는 법적으로 대한건축사협회에 가입하도록 의무화되었다. 석정훈 본협회장을 비롯한 협회 집행부의 각고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이고, 모든 건축사 회원들의 바람과 배려가 이뤄낸 결과다.

이즈음에서 의무가입이 우리에게 왜 필요했는지, 대한민국 건축사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금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의무가입’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하나의 절차에 해당하는 것으로 문지방 하나를 넘은 것과 다르지 않다.

보다 큰 목적, 또는 이루고자 하는 것은 우리 사회, 대한민국에서 건축의 가치와 의미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건축유산을 남겨 주기 위함이고, 현재라는 시점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함께하기 위함이다.

건축은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전환기적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삶과 보조하는 유일한 산업분야이며 가치의 중심에 있다. 초고도 생산성 사회와 호흡을 맞추는 메타버스에 건축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아날로그 생활 생태계에서도 중심에 있다. 21세기 어떤 산업도 이처럼 다른 두 개의 산업 생태계에 존재하는 것이 없다. 건축은 복합적 존재여서 산업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속성이 매우 강하다. 어느 한쪽이 우세한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각기 다른 장르와 가치, 경제적 효과와 영향력이 골고루 배분되어 있는 독특한 분야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건축과 건설은 방향성과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이처럼 다른 방향성이 무시되고, 산업의 경제적 이익에만 초점을 맞춰 건설에 의해 건축이 끌려가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더구나 부동산 가격 변동성의 동인으로 건축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건축은 늘 수동적 위치에 머물고,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 못한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냉정하게 보면 지난 반세기 넘게 역할을 온전히 하지 못했다. 비전과 사회적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니, 과거 건축계는 혼돈 속에 있었고 자기모순이 많았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해 결국 모순과 소아적 이익에 집착하느라 젊은 건축사들의 외면과 자의적 타의적 결속력의 와해로 이어졌다. 대안 조직들이 생기고 2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세월 동안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 우리 사회 각 분야 역시 글로벌 사회에서 선도적 위치에 하나 둘 올라서기 시작했다. 첨단 산업의 각 분야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문화면에서도 세계를 주도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대중문화 전 분야까지 성공적 이슈를 생산하고 주목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이 모든 레이스에 건축은 외톨이 모양이다. 건설의 부속으로 치부되며 한편에서 파이를 나눠먹는 신세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건축계는 뿔뿔이 조각난 상태로 22년간 방치돼 과거보다 사회적 가치와 존재는 미미해졌다.

상호 경쟁이라는 허상의 가치와 명분이 실제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해 준 것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건축계의 집중된 목소리가 필요한 지경에 이르러 이런 필요성을 사회가 인정함으로써 이번 의무가입이 결정되었다.

어렵게 통과되고 결정된 의무가입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큰 비전과 목표다. 그리고 이제 건축사에게 어떤 핑계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건축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건축을 만들어 가는 존재가 바로 건축사라는 인식도 재확립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건축계, 대한건축사협회에 요구하는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