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건축사’님”

2022-01-05     백수정 건축사 · 비와이(BY)건축사사무소
백수정 건축사

‘유퀴즈 온더 블록’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유재석과 조세호 두 사람이 동네를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과 즉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안에서 웃음과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길을 걷다 만나는 사람들이라 연령대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꼬마 아이까지 다양하다. 인사를 드리고 프로그램의 참여 의향을 물은 후, 그들은 이야기 전에 먼저 상대방이 자신들을 아는지 물어보곤 한다. 방송계에서 유명한 유재석은 대부분 알지만 조세호의 얼굴을 알거나 그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덕분에 ‘조세호’라는 이름 대신 사람들은 그를 조만기, 오만석, 조세인, 조셉 등의 새 이름으로 불렀고, 그런 장면 또한 프로그램 안에서 소소한 재미의 한 부분이 된다. 조세호라는 방송인은 신인이 아니다. 방송을 20여 년 해왔지만 인지도가 낮은 것이다.

필자는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지 1년 남짓 되었는데 그간 업무로 만난 사람들이 부르는 호칭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그나마 시공 쪽 분들은 소장님, 그 외에는 설계사님, 감리사님, 때로는 여사님까지….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나 공무원만이 ‘건축사’라는 호칭으로 불러주었다. 처음에는 그때마다 잘못된 호칭을 바로잡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지만 워낙 잘못 칭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그냥 덤덤하게 넘어간다. 적어도 필자가 만난 일반 사람들에게 건축사라는 호칭은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의사, 약사, 변호사 호칭은 익숙하지만 왜 건축사는 잘 모를까? 당연히 건축사가 신생 직종이어서 모르는 것이 아니다. 1965년 제1회 건축사시험을 시작으로 같은 해 대한건축사협회도 창립되었다. 건축사는 국가에서 오래전부터 인정받아온 ‘국가전문자격자’다. 역사에 비한다면 사람들에게 건축사란 명칭 인지도는 낮은 게 사실이다.

혹시 그동안 단순히 홍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조금은 다른 경우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요양보호사’의 인식 개선 방안으로 홍보영상 공모전부터 지하철 스크린 광고, TV 공익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양보호사를 홍보한다. TV 공익광고 내용은 이렇다. “아줌마 NO! 요양보호사! 국가 자격 취득한 전문가! 돌봄 필요해? 싹 다 케어해! 식사, 약 챙겨드리고 병원도 같이 가는 YO! 마스터 요양보호사…. 나라가 인증한 전문가.” 랩과 신나는 분위기의 영상이 더해져 가사가 재밌고 쉽게 기억되는 광고다. 호칭 정정부터 요양보호사의 업무범위, 그리고 나라가 인증하는 전문가라는 내용을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하고 있다. 적어도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은 요양보호사를 아줌마라고 부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건축사가 건축 관련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라 본다. 전문가로서 사회적으로도 많은 공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지 알고는 있지만 정확히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하는지 모르는 것은 아닐까? 우리 스스로가 건축사라 소개하고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조직적·전문적으로 홍보할 때 효과는 더 크고 확실할 것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꼬마 아이까지 누구나 알 수 있는 호칭이길 바라려면 지금까지 방식과는 다른 방법의 소개가 필요하다. “안녕하세요.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를 비롯한 건축서비스로 건축물의 안전과 공간 환경을 책임지는 국가공인 전문가 ‘건축사’입니다”처럼 단순하고 명쾌하게 말이다.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나면서 홍보의 방법 또한 더 많고 다양해지는 만큼 지면 광고 그 이상의 적극적인 홍보 내지는 소개가 필요하다. 새해에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안녕하세요, ‘건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