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징계사례와 대응

건축사징계 설계분야가 22%, 감리분야가 73% 연면적 2,000㎡ 이하 건축물이 68% 차지 위반 내용서 건축계획 및 설계부분이 66% 설계단계(허가과정 포함)서 건축법령 제대로 체크한다면 징계 대상 대부분 해소 가능 허가청 책임 회피적 측면 또는 건축사에게 무한 책임지도록 하는 안타까운 일례도… 제도개선 있어야

2021-12-17     백윤기 서울특별시 건축사무관

건축은 다른 분야와 달리 혼자 잘 한다고 되는 업무가 아니다. 건축물의 설계부터 시공, 준공까지 전 공정에 걸쳐 많은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협업을 해야 하는 업무다. 공사 과정에서는 발주자, 허가권자, 도급 시공사뿐만 아니라 굴토, 골조, 창호, 단열, 방수 등 많은 하도급 업체와도 긴밀한 협업을 하는 등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쳐야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된다. 건축사는 설계, 법규, 시공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 제3자의 민원까지도 챙겨야 한다. 본인 과실뿐만 아니라 관계자 때문에 발생하는 공사하자나 안전사고에 대해서 직접적인 책임을 추궁당할 위험에 상시 노출되고 그 책임을 떠안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건축사 징계를 건축사 업무별로 구분하면 설계분야가 22%, 감리분야가 73%이다. 건축물 주된 용도별로 살펴보면 공동주택이 33%, 단독주택이 20%, 근린생활시설이 17%, 공장과 업무시설이 각 6% 정도의 범위에 있었다. 건축물 규모 중 연면적으로 보면 330㎡ 이하 22%, 330∼660㎡ 이하 24%, 660∼2,000㎡ 이하 22%, 그리고 10,000㎡를 초과하는 경우는 15%로 연면적 2,000㎡ 이하의 건축물이 68%를 차지하며, 이는 전체 규모의 2/3에 해당한다. 또 층수로는 4층 이하가 43%, 5∼9층 이하가 44%로 9층 이하의 건축물이 징계 안건의 87%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편, 건축사 징계 대상으로 적발되는 유형이 허가권자가 허가도서 검토단계에서 24%, 공사 중 민원에 의하여 적발되는 비율도 28%에 이른다. 그 외 준공단계에서의 업무 대행에 의한 적발도 28%였다. 위반 내용으로는 건축계획 및 설계부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여 전체의 66%(감리 과정에서 설계 계획 부분이 적발되는 경우 포함)이며, 위반 법령으로 볼 때는 건축법 위반이 89%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건축물 설계단계(허가 과정을 포함)에서 건축법령을 제대로 체크한다면 징계 대상의 대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건축사 징계의 쟁점은?…
과연 건축사가 책임질 사안일까


아래 사례는 단편적인 이야기로 일부 과장(誇張)도 있고 관점에 따라서는 논란의 여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많은 경우라 본다. 사례에 대해서 필자의 관점에서 쟁점을 도출하고 이에 대해서 과연 건축사가 책임을 질 사안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밖에도 다양한 경험들을 지인들과 토론하고 좋은 방안을 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례 1 설계자가 층수 완화 심의를 받기 위해 제출한 도서가 허가청의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에 부적합하게 인접 건축물의 현황을 작성하여 위원회의 판단을 할 수 없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인접 주민의 민원 야기와 건축행정의 신뢰성을 약화하였다면서 징계 의뢰.

#사례 2 공개공지에 이용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환기설비(급기구)를 설계하여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과 건축위원회 운용기준을 위반하였기에 징계 의뢰.

이 사례의 쟁점은 심의기준의 구속력, 제출도서의 범위, 그리고 심의도서를 검토·확인하고 상정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하는 점이다. 심의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할 수 있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하는 범위에서 허가청이 정할 수 있어 일정 부분 구속력은 인정되나, 고시문을 살펴보면 법령이나 고시에서 정한 기준보다 과도한 도서와 서류를 요구할 수 없고, 심의기준 등에 적합한지 여부는 허가권자가 확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심의를 상정하였다는 것은 이러한 기준에 적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만, 심의기준에 적합하다 할지라도 적정성에 대하여 어떻게 건축계획에 반영할 것인지 여부는 건축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보인다.

#사례 3 근로자가 공사현장에서 안전모를 미착용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제6조(근로자의 의무)와 공사사무실용 컨테이너를 허가권자에게 신고하지 않아 건축법 제20조(가설건축물) 제3항 위반으로 징계 의뢰.

#사례 4 주택가에서 빌라를 신축하면서 아침 7시 이전에 공사금지하라는 건축허가조건에도 불구하고 오전 6시부터 공사를 시작하였음에도 감리건축사가 공사를 제지하거나 허가청에 신고하지 않아 감리업무 위반으로 징계 의뢰.


이 사례는 감리건축사는 공공의 감시자인가 공무원인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보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과연 감리건축사는 발주자(건축주)의 업무를 대신하는 것인가, 허가권자(공무원)의 업무를 대신하는 것인가? 대체 건축감리는 법적으로나 계약상으로 어떤 지위에 있을까? 건축사법은 ‘공사감리’를 자기책임 아래 건축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물,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고 품질관리, 공사관리, 안전관리에 대하여 지도하고 감독하는 행위라 정의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조(근로자의 의무)는 근로자가 지는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이를 감리건축사의 업무 범위로 볼 수 있을까? 또, 공사현장에서 공사용 가설건축물 축조, 허가조건 준수 여부 확인은 단속 권한이 있는 공무원의 업무이지 않을까?

#사례 5 빌라를 비상주 감리한 건축사가 공사완공 후 준공 신청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수분양자가 입주한 사실을 허가청에 미신고하였다는 이유로 징계 의뢰.

#사례 6 신축공사장 덤프트럭 전복사고로 차량 3대 파손, 인접지 담장 충돌 등 사고 발생으로 (허가권자가) 공사 중지 지시하였음에도 공사 중지 기간에 공사를 시행하여 안전사고가 추가 발생하였다고 징계 의뢰.

#사례 7 장애인편의시설 설치계획서, 시방서, 주택건설사업자등록 관련 서류, 산지전용 및 농지전용 협의요청서 등 설계도서 미제출, 대지의 소유권 미확보, 주택 건설기준 위반 등의 사유로 징계 의뢰.


이 사례에서 쟁점은 지적된 내용들이 과연 건축사의 업무인지 여부다. 어쩌면 허가청이 책임 회피적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건축사에게 무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안타까운 일례라 할 수 있겠다. 비상주 감리의 경우에 공사완공 후에는 사실상 현장을 재방문할 이유가 없다. 공사가 완료되어 감리완료 보고서를 건축주에게 제출하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준공신청이 늦어졌음에도 입주가 이루어진 경우에 감리건축사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라 하겠다. 공사장 외의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 또한 마찬가지로 보인다. 장애인편의시설 설치계획서, 다른 법령에서 규정하는 신청서류, 소유권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제출해야 할 서류로 건축사가 작성해야 할 필수 서류로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만일 이러한 서류가 제출되지 아니하였다면 허가 등을 거부할 사안이지 건축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사안이지 궁금하다.

#사례 8 맞벽 건축물로 각각 건축허가 받은 이웃한 건축물을 합벽으로 시공할 우려가 있어 현장회의와 현장 확인을 통해 수차례 지적하였음에도 건축주는 합벽건축으로 작업지시하고 시공자는 이에 따라 일체식으로 타설 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징계 의뢰.

#사례 9 도시교통촉진법상의 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건축위원회 심의를 신청하여 부결되었음에도 심의완료 전에 건축허가 신청도서를 접수하였다는 사실을 들어 건축사 징계 의뢰.


이 사례의 쟁점은 민원신청 주체와 업무를 챙겼음에도 건축법상 보고의무 미이행(또는 지연보고) 시 그 책임을 얼마만큼 져야 하는지 여부다. 감리건축사가 현장회의 등을 통해 관계자에게 구체적으로 지적하였음에도 건축법상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아서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의무 미이행 외 현장에서 충분히 지적하였다면 일정 부분은 그 책임을 감해 주는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원신청은 건축주의 권리이고, 신청주체도 건축사라기보다는 건축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건축위원회 심의 신청서를 접수하였다는 사실을 들어 건축사 징계를 의뢰하는 것은 감정적 대응으로 보인다. 심의 신청시기와 관련하여 구조부분만 착공 신고 전에 심의하도록 규정한 건축법 시행령으로 볼 때 징계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