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은 선택에서 필수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배출량(7억2760만 톤) 대비 40% 감축할 것을 지난달 글래스고 기후회의에서 약속했다. 2030년까지 매년 4.17%를 감축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건물 부문에 배당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32.8%다. 이를 이산화탄소 배출량 시뮬레이션으로 돌리면 5,210만 톤(2018년 기준)에서 3,500만 톤으로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 차감한 값이 1,700만 톤으로 건물 부문에서 줄여야 하는 배출량이다. 이 값은 전 세계 인구가 하루에 숨을 토해내는 이산화탄소의 약 2.2배 양에 비견된다. 현재와 같이 강재와 콘크리트를 계속 사용하면서 줄여가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획기적인 방안이 절실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 의하면 매년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있으며, 그 중 31%가 시멘트, 철, 플라스틱 같은 재료를 만들 때 배출된다고 한다. 이 중에서 상당 부분은 건축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물질의 지속적인 사용은 기후재앙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건축 공법이나 건축자재에도 다양한 기술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화석 에너지 유래의 건축 재료를 계속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최근 들어 건축자재 자체를 신중하게 재검토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고 지속적인 건축도 가능하게 하는 대체 재료로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이 목재다.
목재로 대체 가능할까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최근 실증실험을 통해 공학목재는 고층 건축 재료로 그 구조강도나 화재안전성에 대한 성능기준을 만족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대체효과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입증되었다. 목재에는 이러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3가지의 효과가 있다. 첫 번째가 목재의 탄소 저장 효과다. 나무가 생장할 때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대기 중으로 쉽게 되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가 에너지 절약 효과다. 다른 재료에 비해 제조·가공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적다. 목재가 사용되는 한 추가적인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세 번째는 화석연료 대체 효과다. 연료로 이용함으로써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효과가 건축 재료로 목재의 사용을 고층 도시건축으로 부추기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최근 거대 목조건축이 세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2019년 3월 노르웨이에서는 높이 85m의 18층짜리 고층 목조 아파트 묘스토넷(Mjøstårnet)이 탄생했다. 하지만 이는 시발점에 불과하다. 향후 런던에서는 305m의 80층 규모의 목조건축 오크우드 타워가 제안되었고, 일본에서는 스미토모임업이 2041년 완성 목표로 높이 350m에 70층 규모의 목조건물을 도쿄 시내에 축조할 계획이다. 또한 캐나다 퀘벡시에 있는 13층 92동의 콘도미니엄 목재 타워 오리진(Origine),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는 8층 주거용 카본 12(Carbon 12), 그리고 밴쿠버에는 시게루 반의 테라스 하우스 등 더 큰 목재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또 지속 가능한 주거 프로젝트인 40층의 주거 고층 건물인 캐나다 어스 타워도 있다. 멀지 않아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목조건축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물 분야에 주어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제 목조건축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건축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준비 시간도 없이 너무 빨리 목조건축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