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로의 여행, 군산 동국사(東國寺)
동국사의 역사
동국사는 전북 군산시에 자리한 사찰로 국가등록문화재 제64호이다. 동국사(東國寺)란 이름은 해동(海東) 대한민국(大韓民國)을 줄인 것으로, 일본의 절이 아니라 한국의 절이란 의미라고 한다.
경술국치 1년 전인 융희 3년(1909), 우치다(內田佛觀)를 위시한 일본 조동종(曹洞宗) 승려들이 금강선사(錦江禪寺/긴코젠지)란 이름으로 군산에 포교소로 개창하면서 시작되었다. 우치다는 군산에 사는 일본인들의 도움을 받아 절을 빠르게 성장시켰는데, 일본인 부호들로부터 시주받은 거금과 땅을 바탕으로 1913년 군산시 금광동 현재의 동국사 자리에 금강사(錦江寺)라는 절을 지었다. 일제강점기 동안은 조동종 소속 사찰로서 기능했는데, 정식명칭은 ‘금강선사’였지만 흔히 ‘금강사(錦江寺/긴코지)’라 불렀다.
군산시에 일본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으므로, 이들 일본인 신자들을 위한 사찰로 기능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조선에는 일본사찰 500여 곳이 있었다고 하는데, 동국사는 광복 이후로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건물이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일제강점기 사찰건물 중에서 유일하게 사찰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건축 당시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여 가치가 있다.
광복 이후 승려들을 포함하여 일본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갔고, 한국 땅에 남은 사찰건물은 미군정이 압류하였다. 곧 대한민국 정부로 이관되었다가 1955년에 전라북도 종무원에서 매입하였다. 1970년에 당시 주지였던 승려 남곡(南谷)이 이름을 동국사로 개명하고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로 증여하였다.
1996년 식민잔재 청산을 이유로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한 김영삼 정부는 일본식 사찰건물들이 아직 국내에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그중 동국사를 철거할지 검토하였다. 그러나 이 절은 조계종의 사유재산이라서 철거 보상을 해줘야 했는데 비용 3억 원 때문에 철거하지 못했고, 그 이후로는 철거 여론도 잠잠해졌다. 2003년에 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되었다.
동국사로 바뀐 후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사 대장전에 있던 조선 중기에 제작된 소조여래삼존상을 동국사 대웅전으로 옮겼다. 동국사 소조여래삼존상과 복장유물은 2011년 보물 제1718호로 지정되었다.
건축물과 경내의 모습
대웅전은 1932년 다시 지어진 것인데 정면 5칸 측면 5칸의 건물로, 정방형 단층팔자지붕 홑처마 형식의 에도시대(江戶時代)의 양식이다. 외관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색이 차분해서 정갈한 느낌을 준다. 건물 외벽에 미서기문이 많은데 습한 일본 기후의 특성이 반영된 일본 건축기술로 건축되었기 때문이고, 용마루는 일직선으로 전통 한옥과는 구조나 외형에서 차이가 상당하다. 처마 밑만 보더라도 서까래는 그저 평행하고 한국 사찰건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포(栱包)가 매우 단순하여 밋밋한데, 에도시대 건물에서 서까래와 공포는 거의 장식이고 실제 구조와 분리되기 때문이다.
실제 구조는 법당 천장 위에 있으므로 볼 수 없다. 또한 한국의 사찰 건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청이 없다.
공간구조 역시 다르다. 한국 사찰과 달리 '법당'과 승려들이 생활하는 건물인 '요사채'가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법당에 들어갈 때는 대웅전의 문이 아니라 회랑 쪽 문을 통해 들어간다. 법당 내부는 신발을 신고 들어올 수 있는 정면의 현관과 절을 할 수 있는 외진, 불상이 놓이는 내진으로 구분되는 일본식 절의 공간구조대로이다.
원래 지붕 용마루 양 끝에 있던 것으로 보이는 샤치호코상이, 지금은 동국사 현관 옆 밖에 놓여 있다. 몸은 물고기, 머리는 호랑이 모양으로 된 상상의 동물로, 화재를 제압한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치미와 비슷하다.
대웅전 뒤로 돌아가면 일제강점기부터 사찰에서 조성한 대나무 숲과 요사채 안쪽의 아주 작은 정원 등을 볼 수 있다. 동국사 경내 북쪽에 해우소가 있고 해우소 바로 옆에 '100년 왕대숲 길' 푯말이 있는 통로가 있어 동국사 뒤편 대나무 언덕으로 올라갈 수 있다. 동국사 진입로에는 돌을 쌓아서 만든 석축이 있는데 지그재그형으로 쌓였다. 이는 일본식으로 쌓은 석축인데, 군산 시내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 일본의 성에서도 발견되는 모습으로, 한국과 달리 일본의 건축물에는 이렇게 다이아몬드처럼 석축을 엇갈리게 쌓아 놓았다.
일본 조동종은 1993년 과거 침략에 앞장섰던 조동종의 과오를 인정하는 '참사문(懺謝文)'을 발표했는데 "일본 불교는 국가권력에 영합해 태평양 전쟁에 가담하고 수많은 아시아인들에게 인권침해, 문화멸시, 일본문화 강요 등 커다란 상처를 남긴 점을 참회하면서 사죄드린다." 하는 참사문 발췌 내용을 2012년 종각 옆에 세워진 비석에도 새겼다. 동국사 종각 옆에는 참회의 비석과 2015년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동국사는 일본 불교와 한국 불교의 인연과 악연을 보여주는 희귀한 공간이다. 불행했던 역사의 증거지만, 최근에는 이색적인 근대의 모습을 즐기는 군산관광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시인 고은이 승려로 출가한 사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출처 : 위키백과]
동국사 주소 : 전라북도 군산시 동국사길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