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o Your Life!
당신은 아침에 출근하면 제도판을 걸레로 닦고, 연필을 깎으며, 수북한 담배꽁초를 비우며 하루를 시작했다.
주어진 트레이싱지 도면에 글자를 적고 나무를 그리며, 마무리 지으면 청사진을 구워야 했다. 월급날 가벼운 봉투를 보며, 포장마차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건축사가 될 날을 기다렸다. 세상은 혹독했다. 매일 철야와 야근을 밥 먹듯 하던 당신은 IMF라는 혹독한 시대와 마주하게 되고, 일이 넘쳐 주말도 나와야만 했던 사무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줄고 말았다.
주변 동료들의 책상이 비워지고, 일거리는 줄대로 줄어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마저 드는 시절이었다. 당신은 그래도 버티고 버텨 드디어 건축사가 되었다.
‘한 몇 년 고생하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야’라고 다짐하며, 집에는 조금만 참으라고 곧 좋은 날이 올 거라 하며, 밤낮으로 일거리를 찾아다녔다. 용도변경, 추인, 그러다 도시형 생활주택, 그리고 기약 없이 진행한 수많은 계획안들….
거기다 전산화와 함께 변화 일로인 정보 기술의 발달과 이를 접목하여야만 하는 설계 환경들의 생소함마저 일을 힘들게 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 신분일 때 너무 멋져 보이던 선배들과는 달리 왜 이리 건축사란 직업이 막막해 보이기만 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버티고 버텨 조금 나아지나 기대해 보지만 수주에, 설계비에, 직원에, 세금에 치이는 현실은 바라던 바를 이루기가 너무 쉽지 않아 보이기만 하고, 고민의 밤만 늘어나게 하고 있다.
넋두리 좀 했다.
아마 비슷한 시절을 보냈거나, 그 이전 세대여도, 아니 지금 건축사가 된 누구여도 경험할 상황일 것이다. 물론 모두의 상황으로 일반화할 수도 없을 것이며, 형편이 괜찮은 이에게는 신세 한탄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상황이 건축사에게 녹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많지는 않았다지만 예전의 좋은 시절이 아련히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감히 말해 본다.
이 어려운 시절, 수많은 고난을 이기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훌륭하다고.
지금껏 버티고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할 때이다.
전 세계적인 역병의 고통 속에서 어렵지만 이겨내고 있는 여러분, 나와 내 주변의 동료들, 모두는 충분히 강한 사람들이고, 함께 한다면 또 이 난관을 이겨낼 것이다.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대한건축사협회는 숙원인 건축사의 협회 의무가입을 위해 애쓰고 있고, 이러한 정책적인 방향 해결은 힘든 시절의 즐거운 소식이 될 것이고, 우리 모두에게 함께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훗날 이 시간을 떠올리며, ‘그땐 그랬지’라며 즐거운 회상을 할 것이며, 그 즐거운 회상을 가질 시간을 위해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껏 버티고 이겨온 나의 동료 여러분에게 이른지 모르겠지만 나만의 찬가를 보낸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아워 라이프 (Bravo Your Life, Bravo My Life, Bravo Our Life)’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