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2021-12-17     함성호 시인

엄마

- 김종삼

아침엔 라면을 맛있게들 먹었지
엄만 장사를 잘할 줄 모르는 行商이란다

너희들 오늘도 나와 있구나 
저물어 가는 山허리에

내일은 꼭 하나님의 은혜로
엄마의 지혜로 
먹을거랑 입을거랑 가지고 오마.

엄만 죽지 않는 계단

 

- ‘김종삼 전집’ / 청하 / 1988
김종삼의 시에는 서유럽 시인들이나 가수, 작곡자들과 같은 이름과 지명들이 종종 나온다. 읽는 사람들에 따라 이런 이국어들은 좀 거슬리기도 하고 남다른 서정을 자아내기도 한다. 문학평론가 고종석은 이를 두고 “김종삼은 고유명사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인 박용하는 그 반대편에서 김종삼의 토종언어에도 그러한 서정이 있음을 이 시로 증거했다. 나는 어쩐지 이 시를 읽을 때 설화에서 호랑이에게 떡을 다 주고 떡이 떨어지자 결국 잡아 먹혀 아이들이 있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떡장수 엄마를 떠올린다. 엄만 죽지 않는 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