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R&D 기술 활용한 국내 최대 대경간 한옥 구축
경기도 용인 처인성 한옥역사교육관 완공식 열려 3층 높이 층고와 14.4미터에 이르는 대경간 확보
기존 한옥이 소규모 공간 위주로 공급돼 기능과 공간의 한계를 가졌던 점을 극복한 대공간 한옥이 모습을 드러냈다. 3층 높이의 층고, 14.4미터에 이르는 대경간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은 12월 13일 오후 2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아곡리 현장에서 한옥역사교육관의 완공식을 가졌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성 한옥역사교육관은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한옥의 정체성을 간직한 대공간 한옥을 보급하고자 다년간 연구, 개발을 지원해 나온 성과물이다. 한옥이 주택과 소규모 공간 위주로 공급됨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기능, 공간 수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처인성 한옥역사교육관은 3층 높이의 층고와 14.4미터에 이르는 대경간을 확보한 것이 포인트다. 한옥의 외연 확대에 중점을 두고 지어진 셈이다.
이날 완공식에는 박기범 국토교통부 건축문화경관과장, 백군기 용인시장, 김왕직 한옥기술개발연구단장, 설계를 담당한 류근록 건축사(주.건축사사무소 서강종합), 감리를 맡은 박태연 건축사(주.종합건축사사무소 다담) 등이 참석했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대몽항쟁의 역사적 현장에 10미터급 대공간 교육공간을 세운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지역 역사에 대한 학습이 부족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안성맞춤의 교육기관이 되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영욱 명지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2009년부터 12년간 3단계에 걸쳐 750억 원 규모의 한옥기술개발연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대몽항쟁의 산실인 처인성에 한옥역사교육관을 마련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옥역사교육관과 같은 한옥 R&D 성과가 앞으로 널리 보급되길 희망한 김왕직 한옥기술개발연구단장은 “건축과정에서 순수 국내 목재만을 사용해 국산목재로 한옥 건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탄소절감을 위한 대안 건축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기범 국토교통부 건축문화경관과장 역시 “설계, 시공, 감리에 참여하신 분들의 노고가 컸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옥의 진보를 확인하게 된 만큼 앞으로 실증된 기술들이 한옥과 목조건축 보급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공간 한옥 목구조…내진설계 반영한 하이브리드 구조
대공간 한옥은 경간뿐만 아니라 높이도 충분히 활용해야 해서 지붕의 하중을 보로 직접 전달하는 구조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대들보를 생략함으로써 공간 활용의 제약을 없앤 점이 이날 방문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으로 철과 목재의 하이브리드 구조를 적극 활용해 내진, 내풍 설계가 이뤄져 횡력에 대응할 수 있게 된 점도 눈에 띈다. 또 비노출 기법을 사용하고 접합부는 물론 목조 접합부도 전통적 이음, 맞춤 기법을 응용 적용했다.
접합 철물은 주요 구조재 간 연결 부위에 사용됐다. 부재 가공이 필요치 않아 가공비용의 절감과 공사기간 단축 효과를 극대화했다. 기존 상하로 적층되는 결합철물과 달리 암-수 맞춤 형태로 부재 간 결합력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거주 성능도 향상됐다. 기둥과 벽체가 접하는 곳에 홈을 파 마감재료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목재 수축에 따른 기밀성 결함에 대응했고, 단열성과 차음성능을 향상시켰다. 한식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를 사용해 ‘전통의 미’라는 디자인적 요소와 단열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킨 점도 고무적이다.
초경량 한식기와를 채택한 점도 눈길을 끈다. 대공간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해 지붕 경량화와 건식공법이 용이한 금속기와가 주재료로 선정됐다. 한옥기와의 이미지와 형태 구현, 곡선시공이 가능한 리얼징크판넬을 적용, 지붕경량화, 시공편의성, 내구성, 유지관리 용이성 등 경제성을 확보했다.
또한 수기와, 암기와가 형성하는 박공형태의 지붕은 유지하되, 수기와의 행태로만 지붕구성을 최대한 단순화해 향후 한옥지붕의 현대화에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김왕직 단장의 소개처럼 국산 낙엽송 집성재를 사용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낙엽송은 내구성이 매우 강하지만 건조 시 틀어지기 쉽고 보존약제 주입이 어려워 수입재에 비해 활용도가 낮았다. 하지만 이번 한옥역사교육관에서는 낙엽송 집성을 통해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은 상쇄했다.
낙엽송이 가진 자체의 나뭇결과 색채를 통해 목구조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탄소 저감 정책의 실현, 국산 건축용 목재의 적극적인 활용에 힘썼다. 역사관에는 약 245제곱미터의 집성목이 사용됐는데, 이는 약 61톤의 탄소 저장 효과를 가진다. 한편, 부재의 척도는 전통적인 3의 배수를 기본 모듈로 사용해 사용자에게 익숙한 크기와 공간을 제공한다.
[인터뷰] 류근록 건축사
"한국형 목구조의 시발점이 되길 희망"
국토부 R&D로 대공간 시범사업 참여 의미 있어
처인성 역사교육관 조성사업의 설계를 담당한 류근록 건축사(주. 건축사사무소 서강종합)는 완공식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제 마음의 짐을 벗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건축사로 살면서 우리의 멋과 미를 가진 건축에 대한 동경만 있었지 이를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한 마음의 짐을 벗어 버린 것에 대한 자축의 의미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이라면서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한국형 목구조가 이제는 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Q. 10미터급 대공간 한옥설계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한옥 붐이 일면서 소규모 한옥설계가 본격화 됐습니다. 다만 현재도 그렇지만 지어지고 있는 한옥 건축물의 경간이 3미터에서 6미터 정도에 머무는 수준이고, 현대적 기능을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옥 저변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편이죠. 다행스럽게도 국토부 R&D 사업으로 10미터급 대경간 대공간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기존에 없었던 한옥을 완공할 수 있었습니다. 경간의 크기, 층고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Q. 설계과정에서 애로사항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이라는 점이 어려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례나 스케일 등 모든 것이 처음 접하는 부분이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요구도 많았습니다. 크게 검토해야 했고,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례로 국산 낙엽송으로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데 이음·맞춤으로는 안 돼 하이브리드 구조를 생각해냈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횡력을 견딜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대부분의 고민은 신한옥에 대한 형태를 어떻게 가져가고 밸런스를 맞추는 가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 같아요. 그간의 설계 노하우나 성과가 어떤 결론이라기보다는 화두를 던진 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성과가 첫 단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이를 위한 R&D였다고 평가합니다.
Q. 특별히 한옥설계를 주목하고 계신 이유가 있을까요? 한옥설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옥은 건축사라면 한 번쯤은 도전해 봐야 하는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이것을 마음의 짐처럼 느꼈었는데요. 조금은 덜어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해외 목조건축 답사를 다니다 보면 18층 이상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화려하고 뛰어난 목조건축기술을 재현하기 위해,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한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국식 목구조의 필요성이 고조되는 시기라고 봅니다. 한국적인 한옥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 현대 생활에 맞는 한국식 목구조의 정립을 기대해 봅니다.
Q.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두 가지 측면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건축사분들이 우리의 건축인 한옥과 목구조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주길 희망한다는 점입니다. 협회에서는 한옥설계과정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도 한데요. 이런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한옥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창의적인 한옥의 모습을 만들어나가길 고대합니다.
한편으로 그린뉴딜이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저탄소입니다. 목재는 탄소를 흡수하는 친환경 건축자재입니다. 우리는 한국형 목구조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이는 전통의 재현이 아니고, 서구의 목구조 수입도 아닙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이 시대에 부합하는 한국형 목구조를 당대의 건축사들이 함께 고민해주시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