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징계에 대하여
건축사 징계 관련 관계법령 범위 광범위·포괄적 무한 책임 져야하는 가능성 농후 징계 불복 시 국토부장관에게 이의신청 또는 행정심판 및 소송 제기 가능
건축사는 대한민국의 전문 자격자이다. 건축물의 안전과 인간의 삶의 질 향상 등과 같은 공공가치를 확보하고 이를 실현하는 건축에 관한 국가가 공인한 전문가다. 건축사의 업무는 건축사법에서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이 ‘건축사’가 종래에는 면허증이었는데, 현재는 자격증으로 바뀌었다. 면허는 자격이나 능력이 있더라도 아무나 행위를 할 수 없고 국가가 특정인에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하는 행정처분인 반면에 자격은 일정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을 말한다. 특히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거나 관계된 분야는 국가가 면허제를 택하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운전면허, 약사면허, 의사면허, 간호사면허, 수렵면허 등이 있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에 관한 업무는 당연하고 그 외에 건축물의 조사와 감정에 관한 사항, 건축사법 외 다른 법령에서 건축사의 업무로 정한 업무를 할 수 있다. 즉 건축법, 건축사법에 따라 건축사만이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함에도 나아가 용역수행 총괄자로서 공간과 동선 계획을 하면서 구조, 전기, 통신, 설비, 소방 등 각 분야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함에도 여러 사정으로 총괄자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실정이 되었다. 건설산업기본법, 전기사업법, 전력기술관리법, 소방시설공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법률에서 용역계약을 분리하였을 뿐 아니라 당해 용역 수행을 건축사도 할 수 있도록 한 게 아니라 건축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개편됐다. 이렇듯 법률로서 배타적으로 업역에 대한 울타리를 치는 경우가 점증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술자 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변호사, 행정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공인노무사와도 협력할 기회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건축사의 민사책임과 행정책임
건축사는 전문자격자로서 대우도 받겠지만 그에 따라 책임도 진다. 책임은 민사책임과 행정책임으로 대별할 수 있다. 민사책임은 수임계약에 따른 이행과 업무수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는 제3자에 대한 피해가 있을 수 있다. 행정책임은 건축법과 그에 따른 명령과 처분, 관계 법령 등에 대한 법률상 하자가 있을 수 있다. 민사책임은 금전적 손해배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행정책임은 건축사 개인에 대한 징계나 건축사사무소 업무정지로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로서 업무를 하면서 행정책임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지만 100번을 잘 하다가 단 1번을 잘못하면 그에 따른 처분이 이루어지고 행정 처분 시에 그동안 업무를 잘한 100번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설계자로서 관계전문기술자의 조력을 받아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건축물의 설계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고, 건축법 제67조(관계전문기술자)에 따라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을 받아 설계도서를 작성하였음에도 작성한 설계도서는 적법하게 작성되었는지 확인한 후 함께 서명날인하여야 하므로 책임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건축법 제23조, 제91조의3). 나아가 법령에 따라 발주자가 건축사의 용역계약과 별개로 용역계약을 하여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계약상으로는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이 부분에 대하여 관계전문기술자에 대한 책임은 간과하고 건축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으며, 징계를 하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면제하거나 감면하는 규정도 딱히 없다. (이는 건축사법의 한계일 수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편으로 대지를 조성하기 위한 높이 5미터를 넘는 옹벽 구조계산서를 검토하고 날인한 토목분야 기술사는 건축법 제110조(벌칙) 제9호에서 정하는 제67조에 의한 관계전문기술자로 볼 수 없어 형사책임을 면한 판례도 있다. 건축사는 건축물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직업 윤리의식과 소명에도 충실해야 하지만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는 자세와 노력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징계는 어떤 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가 법령 규정을 위반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반행위가 건축사법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처분 대상이어야 한다.
즉,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위반유형과 처분근거와 대상이 명확하게 적시된 경우에만 징계할 수 있다. 그런데, 건축법이나 건축사법에는 관계 법령, 명령이나 처분에 적법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법령 위반 또는 성실의 의무 위반에 해당되어 징계되는 경우가 있는데, 관계법령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 어찌 보면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한 절차상으로는 건축사가 행한 사안에 대하여 허가청이나 조사·점검 기관의 사실확인이 선행되고, 행위와 적용 법률 등 사실관계가 규명되면 건축사징계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 징계를 의뢰한다. (이때에는 의뢰 기관에서 건축사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주는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처분을 의뢰받은 기관에서 비로소 행정절차법에 따라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한다. 징계를 요청한 기관에서 보낸 자료와 건축사가 의견진술 시 제출한 자료를 건축사징계위원회에서 논의하여 양정(量定) 한다. 건축사징계위원회는 처분사유, 처분근거 등이 기재된 처분서를 당해 건축사에게 보낸다.
이에 대해서 불복하는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절차를 숙지하고 있으면 어느 공정에서, 사안에 따라 대응방법을 달리할 수 있어 보다 여유를 가지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 본다. 부언하면 첫째 징계사안이 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업무를 챙기는 방안이다. 둘째는 불가피하게 적발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징계 의뢰가 되지 않도록 사실관계 확인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여야 한다. 셋째는 징계가 의뢰되고 징계기관에서 의견진술 기회를 주는데 그때 충실히 소명하여 징계위원회에서 무혐의를 받는 방법도 있다. 끝으로 처분이 이루어진 이후에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에는 처분내용, 처분 근거, 처분 사유 등이 보다 명확하게 구체화되어 처분서에 적시되므로 충분한 시간과 자료를 준비하여 제3자의 시각으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일 수도 있다.
행정절차법 등에 따라 처분 내용과 처분 사유가 타당하여 당사자가 인정할 수 있도록 처분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어떤 경우에는 책임회피적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설계가 좋아서 건축이 좋아서 지망하였던 풋풋하였던 그 마음을, 건축사에 합격하였던 젊은 날의 열정을, 개업 초기의 그 의지를 끝까지 펼칠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