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의 근원

2021-12-07     김남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

사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구매 의사결정을 할까. 경쟁 제품 가운데 성능이 좋거나, 가격이 싼 제품을 구입할 것 같다. 만약 성능도 좋은데 가격까지 싸다면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 한 IT전문가는 스마트폰의 가격과 성능을 비교한 표를 보여준 적이 있다. 유독 한 기업이 만든 스마트폰이 저장용량, 정보처리 속도, 카메라 성능, 배터리 지속 시간 등 모든 측면에서 우월하면서 동시에 가격은 경쟁 제품보다 더 쌌다. 그 표만 놓고 보면 소비자들은 무조건 해당 제품을 살 것 같았다.

하지만 브랜드를 공개하고 나서 탄식이 나왔다. 가격대비 성능이 가장 좋았던 스마트폰 브랜드는 당시 가장 잘 안 팔리는 회사의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회사는 나중에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말았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비교해서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도 있지만, 많은 고객들은 특정 브랜드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로 제품을 소비한다. 가격과 성능은 고객의 이성을 공략해야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은 철저히 소비자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성능이 좋고 가격이 싸더라도 이상하게 열등재처럼 포지셔닝 되어 있다면 게임 끝이다.

한국에서 많은 고객들이 애플 제품을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맥 OS가 낯설기도 하고 다른 기기들과 호환성에 문제가 있기도 하며, 많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과 호환성이 다소 뒤지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상당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래도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유는 모두 감정과 관련이 있다. 세련된 디자인, 혁신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스티브 잡스 창업자의 혁신적이면서 힙한 이미지 등이 중첩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애플 제품을 보면 이런 감정들이 연결되면서 뭔가 재미있는 스토리를 소비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예술 혼을 가진 창업가의 열정과 집요한 노력의 결과물 소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 제품은 열심히 기능과 성능을 개선하면서 원가 절감을 한 기업의 결과물을 기능적으로 소비하는 느낌이 든다.

성능을 개선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 프리미엄 제품이 되기는 힘들다. 탁월한 디자인과 설득력 있는 독특한 스토리 같은 요소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한 필수 요소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업에 대한 고유의 철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많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매출이나 이익보다 중시하는 고유의 ‘가치’가 있고 이런 부분이 수많은 기업 활동에 반영되면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진정성 있는 스토리에 고객들은 성능이 주는 가치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