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비는 결국 우리 가치로 정해진다

2021-12-07     김정수 건축사 · 공간누리건축사사무소 <경기도건축사회>
김정수 건축사

지금까지 경험한 건축은 범위도 너무 넓은데다가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여기에 프로젝트마다 더 많은 창의력과 정교함, 세밀함까지 요구하는 너무나 큰 세계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것이 없었고 매번 새로웠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에 대응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을 쉴 수 없었다. 작업은 언제나 새로웠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감의 무게도 함께 늘어났다.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지 하며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지만 아직 익숙함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래도 열심히 뛰어왔고 또 뛰어갈 것이다.

“과연 내가 돈 가치에 맞는 설계를 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이 적은 것은 아닌가, 아니 너무 적게 적은 것은 아닌가?” 건축주에게 설계 비용 내역서를 보여줄 때마다 하는 고민이다. 설계 작업만큼이나 내 작업에 대한 적정대가가 얼마 정도 되는지 가늠하기가 더 어렵다. 적어놓고 고치고 적어놓고 고친 적도 많다. 아마 많은 건축사들이 공감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수많은 고민 끝에 원래 생각보다 조금 적게 적은 내역서를 내밀어 본다. 그 때마다 소극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에 과연 나는 언제쯤 당당하게 원하는 금액을 적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이어진다. 

물론 매년 듣는 이야기지만 올해도 “건축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라거나 “설계비가 적정하지 않다”는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그러면 언제는 좋을 때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으로 덤덤하게 넘겨 왔다. 

협회를 비롯해 수많은 선배 건축사님들이 설계단가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장에서 건축설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적어낸 우리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비유하면 우리는 운동선수와 비슷하다. 지속적인 자기관리를 통해 대중에게 실력을 보여주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 엉뚱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큰 틀에 있어서는 운동선수와 다를 바가 없다.

합리적 설계대가 구현을 위해 건축사들의 하나된 목소리, 법제화를 위한 협회의 꾸준한 노력도 물론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와 함께 우리 건축사 스스로도 본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노력은 결국 대중에게 인정받을 것이며 인정받는 순간 시장에서의 평가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