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해체계획서, 건축사가 직접 작성”

국토부 ‘건축물 해체계획서 작성 매뉴얼(안)에 관한 공청회’ 개최 매뉴얼에 건축사·구조기술사를 작성 주체로 규정

2021-11-23     서정필 기자
11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 라벤다홀에서 열린 ‘건축물 해체계획서 작성 매뉴얼(안)에 관한 공청회’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사)한국건설안전학회와 국토안전관리원이 주관한 ‘건축물 해체계획서 작성 매뉴얼(안)에 관한 공청회’가 11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 라벤다홀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해체공사 관련 단체, 협회, 학회 등의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으며 공개된 매뉴얼에는 건축사, 구조기술사가 해체계획서 작성 주체로 명시돼 있다.

앞서 작년 5월 해체공사의 안전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건축물 해체공사 허가제도’가 포함된 '건축물관리법'이 시행됐다. 해체공사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고만으로 가능했던 해체공사를 지자체의 허가사항으로 강화하고 해체계획서도 함께 검토 받도록 개선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해체공사 붕괴사고를 계기로 실태 점검을 한 결과, 일부 현장에서 다소 미흡한 해체계획서가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보다 내실 있는 해체계획서 작성을 위한 매뉴얼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국토부는 이날 준비한 ‘건축물 해체계획서 작성 매뉴얼(안)’을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매뉴얼 작성은 국토안전관리원이 담당했는데 국토안전관리원은 '건축물관리법' 시행 후 중장비를 탑재하거나 특수구조로 된 건축물의 해체계획서를 전담해 검토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물 해체계획서 작성 매뉴얼’ 마련에 나서게 됐다.

매뉴얼에는 해체계획서 작성 부실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계획서를 건축사 또는 구조기술사가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공청회는 크게 발표와 패널토론의 두 가지 순서로 진행됐다. 발표자로는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와 조성구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이 나섰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조병섭 위원이 패널토론자로 나서 건축사업계의 입장을 전했다.

해체공사 특성 상 실질적 내용 담은 해체계획서 작성과 이행 중요

해체공사 주요 사고 사례분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재욱 교수)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건축물관리법 중 해체공사 관련 상위 규정 개요’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해체공사 주요 사고사례와 해체공사 개요를 분석하고 기존제도와 법에 규정된 사항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짚은 후 해체공사 안전관리 개선 필요사항에 대해 밝혔다.

정 교수는 먼저 해체공사 시 주요 사고 원인을 ▲해체순서 미준수에 따른 붕괴 ▲해체 잔재물의 과하중에 의한 붕괴 ▲리모델링공사 중 충격진동에 의한 붕괴 ▲계획과 다른 무리한 해체방식으로 인한 붕괴 ▲자중 편중에 의한 붕괴 ▲토압에 의한 지반 붕괴 등 여섯 개로 나누어 원인 별로 사례와 함께 설명했다. 

해체공사 주요 사고 사례분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재욱 교수)

정 교수는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이후 해체·리모델링 공사가 급격히 증가했다”라면서 “특히 2016년 이후 전국 멸실 건축물의 약 80%가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건축물이 됐다. 특히 1989년에서 92년 사이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지역에 자리 잡은 1기 신도시 건축물이 노후화돼 매년 해체·리모델링 공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축물 해체공사 사고사례의 시사점(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재욱 교수)

이어 정 교수는 우리나라 건축물 해체공사의 특성을 분석한 뒤 실질적 내용을 담은 해체계획서 작성과 이행, 감리를 통한 안전관리 이행력 담보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현재 국내 해체공사 제도의 한계로는 ▲건축물 해체공사 관련 안전관리기준이 여러 제도로 분산돼 있으며 ▲제도별 해체공사 안전관리 건축물의 대상이 서로 다르고 ▲재해 사례가 많은 중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신고만으로 해체공사가 가능 ▲해체공사계획서에 대한 관리 및 전문가 검토 절차 부재 ▲해체공사 사전조사에 필수적인 기존 건축물에 대한 정보 보관체계 미흡 등이 지적됐다.

해체공사 안전관리 개선 필요사항으로 ▲해체공사 계획의 실효성 제고 ▲해체공사 착수 전 충실한 사전조사 및 구조안정성 검토 ▲해체공사 중 해체계획의 이행 여부에 대한 감리자를 통한 관리 감독 강화 ▲해체공사 전 관련 전문가의 적극적 참여 ▲해체공사 후행 주체의 자격요건 및 역량강화를 해체공사 안전관리 개선을 위한 필요사항으로 꼽혔다.

현재 검토대상 해체계획서 대부분이 보완요청 받아
   매뉴얼 및 표준서식 보급 빨리 이뤄져야

조성구 (사)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건축물 해체계획서 작성 매뉴얼(안) 및 표준서식의 주요 내용 및 활용방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 부회장은 매뉴얼(안) 및 표준서식을 소개하며, 매뉴얼을 만들게 된 배경과 필요성 그리고 작성 전 행한 사전조사 결과에 대해 얘기했다.

조 부회장은 먼저 “‘건축물관리법’ 제30조 제2항(건축물 해체의 허가) 제2항에 따라 해체공사 신고 또는 허가 신청 시 해체계획서는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변경된 제도에 관한 이해도 부족과 해체계획서 작성자 별로 다른 작성 역량 등의 이유로 2020년 국토안전관리원 검토대상 123건 중 90%에 달하는 111건이 보완 요구 되는 등 대부분의 해체계획서가 보완요청 되고 있다”며 매뉴얼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적지 않은 공사에서 해체계획서 작성자의 숙련도와 완성도가 미흡하고 특수구조물의 경우 더욱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표준양식을 담은 매뉴얼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하며, 매뉴얼 보급과 함께 현행 해체 허가제도 및 해체계획서 작성기준의 문제점도 동시에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발표의 핵심이었다.

◆감리자가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실질적 방안 담아야

정재욱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조병섭 위원을 비롯해 권경희 주무관(서울시 주택정책실), 고창우 부회장(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김수명 소장(삼성물산), 석철기 기술위원(대한전문건설협회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협의회), 윤석한 전무(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조병섭 위원은 감리자의 주기적인 점검동선을 고려하고 관리자와 감리자가 CCTV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매뉴얼에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은 지난 6월 광주사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와이어의 설치와 고정방법 등 해체건축물이 보행로 쪽으로 전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하며, 감리자, 관리자, 굴삭기운전자, 살수자, 비계공, 교통신호수 등 해체공사참여자의 역할과 소통방안에 대한 내용도 담겼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위원은 아울러 “용접이나 용단작업이 없거나 산소 가스 사용이 없는 경우처럼 화재 위험성이 없는 건축물까지 불필요하게 소화기가 비치되는 비효율이 있다”고 지적하며 “화재방지 대책을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기초부위의 해체방법에 대한 안내도 추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리고 차폐막(방진막)의 설치순서도 명확히 매뉴얼을 통해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권경희 주무관은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매뉴얼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주무관은 “매뉴얼이 가장 필요한 대상은 가장 건수가 많은 소규모 해체업체 관계자들”이라면서 “이들은 주요 타깃으로 서술 위주의 내용을 지양하고 커다란 범주별로 알기 쉽게 내용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주무관은 또 “해체계획서를 잘 쓰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계획서가 실제 현장에서도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자격기준이 전문가로 되면 도면과 시방서로 분리해서 도면은 현장에서 그때그때 자주 활용하고 시방서는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권 주무관은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의견도 수렴했으면 좋겠다”며 “허가권자 지정감리대가가 현장과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이와 관련된 갈등이 적지 않다. 감리대가 기준이 잘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고창우 부회장은 신축 중에 발생한 평택 붕괴사고의 경우를 설명하며 “해당 사고는 업무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생긴 사고”라며 “업무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져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부회장은 “해체 건축물이 보행로를 덮친 6월 광주 사고의 경우, 해체계획서를 보면 너무나 낮은 수준이다”라며 “작성자의 수준을 높이고 구조안전성 검토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명 소장은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전했다. 김 소장은 “현장에서는 계획서대로 정확히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해체 공사 시 오염토가 나오는 경우 대응방법, 아직도 현장에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는 ‘철거’와 ‘해체’ 용어 정리 등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석철기 위원은 “최근 광주 붕괴 사고 이후 여러 대응방안과 규제책이 나오고 있지만 단기적 처방만으로는 또 다른 사고를 막기 힘들다”라며 “장기적이며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잘 만들어지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이날 공청회를 통해 해체계획서 작성자, 시공자, 감리자 등의 의견을 고루 반영하고 지자체 및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해체계획서 작성 매뉴얼 및 표준서식’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