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하바 터키!

2011-09-01     김경오 건축사

메르하바는 터키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이다. 2011년 7월12일부터 8박9일간 터키를 다녀왔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두 대륙의 문화를 융합시킨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었으며, 동양과 서양의 교차로 역할을 하며 4∼15세기의 유럽예술을 대표하고 있었다. 축구를 좋아하고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 친절한 터키는 문화만이 아니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신비의 나라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10시간 30분을 비행하여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동안의 공항은 각 나라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인하여 다양한 인종전시장처럼 느껴졌으며 이슬람의 히잡을 둘러쓴 여인들은 나름대로 화려한 문양이나 수를 놓은 옷으로 멋을 내고 있었다. 두근거리고 신비스러운 터키여행을 기대하며 에게해의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새벽에 마주한 터키 시골의 공기는 무척 상쾌했다. 한참 이동 후 저녁 무렵에 들른 파묵칼레는 자연이 만든 석회온천으로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었다. 온천에 발을 담근 채 걸으며 생각했다. 이 감동을 음악가는 음악으로, 시인은 시로, 화가는 그림으로, 건축사는 어떤 건축으로 담아내야 하는가?

안탈랴로 이동하여 에머랄드빛 지중해에서 배를 타고 지진으로 물에 가라앉은 수중도시를 본 후 대리석 산지를 경유하여 이동했다. 광활한 고원과 풍경은 나에게 최고의 아름다운 광경이었으며, 화려한 건축물이 전혀 없는 시골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고 행복해질 수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이곳 터키처럼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카파도키아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내린 마지막 축복의 땅이다.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살던 지하도시인 데린구유에서는 그 당시의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그들의 담대함을 볼 수 있었으며 동굴을 파서 만든 십자형태의 교회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화산폭발과 풍화작용에 의하여 형성된 버섯모양의 바위는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 스머프 마을에 영감을 주었으며, 괴레메 계곡의 우치사르는 인류최초의 아파트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기이하고 신비스러운 이곳은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중에 위치한 사프란볼루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보존마을로 오스만 제국의 전통가옥이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었으며 집주인이 임의로 집을 고칠 수 없다고 한다. 전통가옥은 좁은 골목길과 언덕을 따라 가며 펼쳐지고 있었으며, 편안한 아름다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옛 수도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대륙에 걸쳐 있으며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비잔틴(동로마)제국의 최고 걸작, 성소피아 성당은 그리스도교를 최초로 공인한 콘스탄티누스가 창건하였고,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다시 크게 개축한 세계 최대의 성당으로 1천여 년 동안 그리스 정교의 상징이었으나, 오스만 제국이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키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다. 그 후 미나렛이 세워지고 성당 안에는 회칠로 덮여 모자이크화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진을 통해 모자이크화가 드러나면서 현재 복원 중에 있으며 성 소피아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가득 찬 정원이란 뜻을 가진 돌마바흐체 궁전은 내부 장식과 방을 꾸미기 위해 14톤의 금과 40톤의 은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해 초호화판으로 건립된 이곳은 막대한 건축비 지출로 인해 왕실재정을 악화시켜 오스만제국의 멸망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150년이 넘은 창의 커튼이 세월을 말해주고 있는 듯 낡아 있었지만 수려한 문양으로 인하여 오스만 제국의 화려함을 나타냄에는 전혀 손색이 없었다.

자연과 건축의 어우러짐의 비밀을 간직한 터키는 건축·문화·예술의 보물창고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곳에서 영감과 모티브를 얻은 건축을 통해 감동과 사랑을 전해주는 건축사가 되길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