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과 건축사의 역할

2021-10-19     한승재 건축사 · 한승재건축사사무소
한승재 건축사

시작하며
제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 되었다. 이미 대한민국은 OECD를 가입하면서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가 되었으며, 경제, 사회, 문화에서 전 세계의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문화에서는 K 문화를 앞세워 전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본 건축사가 2009년 세계를 여행할 때 한국의 유명한 드라마를 프랑스 친구에게 받았고,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대학에서 텔미로 춤 연습하는 친구를 만날 때부터 한국의 문화가 먼 미래에는 세상을 지배할 것으로 내다봤고 시간이 지나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클럽)를 통하여 증명되었다.

현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K문화는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의 문화를 이끌어 가는 대한민국에서 문화를 반영하는 건축은 어떠한가? 특히, 건축 설계 프로세스는 어떤 변화에 직면해 있는가를 짚어 보고자 한다.

건축프로세스의 현황
현재 우리 삶에서 가장 일반화된 용어는 AI(인공 지능)이다. 건축 설계 영역을 말하면서 왜 AI를 말하는가? 건축 설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영역에서 AI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식 못하지만 AI는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으며, 모든 과정은 컴퓨터의 AI 힘을 빌려야만 한다. 손 도면을 작성할 때와 비교를 해 보면 컴퓨터 하나로 건축 설계 도서, 모형, 조감도, VR, 동영상이 제작 가능토록 발달하여 수십 명의 일을 혼자서 해결할 수가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것이 건축설계에 AI가 도입되고 건축 설계의 큰 화두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다. 대부분의 건축사사무소에서 BIM은 큰 사무소에서만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1인 건축사사무소나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서 엄청난 효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BIM은 납품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CAD가 건축 설계 시장에 처음 도입 되었을 때 CAD 전문가가 도면을 그렸듯이 BIM 모델링 전문가가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BIM 모델링 전문가가 건축 설계자보다 높은 수익을 가지고 가는 것이 현실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CAD 전문가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모든 건축사사무소에서 CAD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현재와 같이 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CAD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존재하여 CAD와 같은 갑작스런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10년 전 BIM을 처음 접한 많은 건축인들은 10년 내 모든 건축사사무소들이 BIM을 사용할 것으로 내다 봤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는 CAD와 단순 3차원 모델링을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다. BIM을 건축 설계 프로세스에 도입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는 계획안의 변경에 따라 2D 도면과 3D 모델링의 반복적 수정으로 업무 과중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BIM을 이용하면 2D 도면과 3D 모델링이 한 번에 수정되므로 엄청난 효율이 발생한다. 특히, 공유 작업(하나의 모델링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작업)을 하는 경우 그 효율은 참여하는 건축 인력의 제곱으로 효율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효율에 대한 내용은 주변인들을 통해 많이 들어서 언젠가는 BIM을 도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많은 건축사 분들은 도입하고자 노력하였으나, 대부분이 높은 벽에 좌절을 한다.
CAD는 짧은 시간에 가능했는데 왜 BIM은 비슷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건축 설계 프로세스에 일반화 되지 않은 것인가?

가장 큰 원인은 BIM의 구조적인 특성에 있다. 손 도면에서 CAD로의 변화는 그 변화가 단순하였다. 같은 2D를 연필로 그리는 것이 단순 CAD 명령어 10개 내외로 가능했다. 그리고 익숙함의 문제라 짧은 시간에 익힐 수 있었고 그 효과는 바로 체감이 되었다. 하지만 BIM은 근본적인 접근이 다르다. BIM은 내가 원하는 결과물인 건축 설계 도서를 만들고자 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설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건축 설계도서 또한 2D도면과 다르다. 즉, CAD에 비하여 수십 배는 복잡하다. 따라서 이러한 설정을 자유롭게 수정하여 원하는 건축 설계 도서, 조감도, 동영상을 만들고자 하면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많은 자본이 투자되어야 건축 설계 실무에 적용이 가능하다.

맺음말
건축 설계 프로세스는 BIM의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될 것이다. 2D 설계는 건축사가 3차원 건축물을 상상하고 그것을 전문가 언어인 건축 설계 도서로 직접 그렸다면, BIM을 통한 3D 설계는 가상의 건축물에 대해 3차원 모델링을 만들고 여러 가지 설정을 통하여 내가 원하는 건축 설계 도서를 만들어 낸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3D 모델링을 만들면 설정 값에 따라 내가 원하는 여러 가지 결과물(건축 설계도서, 조감도, 모형)을 얻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BIM의 효율이 발생한다. 그리고 건축 설계의 본질인 건축주가 원하는 근접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된다. BIM을 익히는데 많은 어려움과 시간 투자를 필요로 하지만 대한민국 건축 프로세스에 적용이 불가능하지 않으며, 이미 적용하는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엄청난 효율을 내고 있는바 적극적으로 BIM을 도입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