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2021-10-19 함성호 시인
수요일
- 최문자
진정한 지옥이란
미지근한 물이
너무 오래 흐르는 것
시는
월요일은 모든 것인 듯
화요일엔 모든 것이 아닌 듯
들쥐처럼 멀리 지나가는
월요일 화요일
진정으로 나를 찾아오는 수요일은
꽃말 있는 꽃이 되려는 중
히말라야에서 들었다
뿌리에서 올라오는 꽝꽝 얼린 꽃말
월요일 화요일 보내 놓고
수요일은
히말라야의 꽃말이 필요하다
- 최문자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 중에서 /
민음사 / 2012년
1. 미지근한 물이 너무 오래 흐르는 것이 진정한 지옥과 무슨 상관일까? 2. 월요일과 화요일은 왜 대립 될까? 3. 들쥐처럼 남몰래 지나가는 월요일과 화요일은 알겠는데, 수요일이 꽃말 있는 꽃이 되려는 중이라는 건 또 뭘까? 그리고 수요일엔 왜 그게 필요하다는 것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의적인 말들이 시 전체를 흐르고 있다. 겨우 짐작 할 수 있는 것은 뿌리에서 올라오는 꽝꽝 얼린 꽃말이란 게 히말라야에서 그렇다니 수긍이 갈 뿐이다. 그런데도 필요한 말인 것 같다. 어디다 쓰는 것인지도 모르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