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윤리, 그리고 윤리규정의 강제성

2021-10-06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 의제다. 의무가입을 당연하게 바라보는 생각이 다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도 존재한다. 회의론자들의 질문과 문제 제기 중 눈여겨봐야 할 대목도 있다. 바로 건축사 윤리에 대한 부분이다.

조직이나 단체에서 윤리를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정당성과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동시에 스스로 자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장치다. 단어가 주는 정서적 의미야 도덕적 측면이지만, 이런 단어가 규정으로 구체화되고, 실행하는 조직이 만들어지면 읍참마속의 강력한 도구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건축사 윤리는 건축사법에 명문화되어 있다. 건축사법 제18조 제2항에 따르면 건축사 업무를 수행하려면 건축사 윤리선언을 해야 한다. 건축물과 공간 환경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건축문화 발전을 책임지는 건축사라면 윤리선언문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법제화되어 있는 윤리선언 내용의 대부분은 세계와 국가, 그리고 우리 사회에 책임 있는 전문가로서 건축사의 역할과 가치를 언급하고 있다. 세 번째 항목에서 ‘건축사는 공공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법규를 준수한다’로 규정하고 있고, 여섯 번째 항목에선 ‘건축사는 정직하게 업무를 수행하며 동료 건축사의 수임업무와 지식재산을 존중한다’고 밝힌다.

윤리선언문의 내용대로 건축사는 마땅히 법규를 준수해야 하며, 동료 건축사를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수많은 건축 현장에서는 동료 건축사 간 마찰과 갈등이 증폭되며 제도의 미비로 인한 법규 위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용승인 업무대행을 위탁받은 건축사와 신청하는 건축사 간의 첨예한 갈등은 건축계 전체의 위기를 키우고 있는 대표적 일화다. 이 과정은 특히 의무가입의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업무대행의 전반적 과정과 내용에 대해 건축사들 간의 격렬하고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개선할 점은 개선해야 한다. 업무대행 대가의 경우 자존심이 상할 정도의 수준이나, 책임은 가혹할 만큼 크다. 이처럼 득보다 실이 많다면 과감하게 허가권자에게 돌려주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더 나아가 건축사들의 건축사 업무 관행과 절차, 또는 진행에 대한 건설적 비판과 대안을 과감하게 오픈해야 한다. 더 이상 이런 과정을 폐쇄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또 명백히 사회적·법적으로 위법한 행위를 저지르고 무책임한 건축사를 보호만 할 수는 없다. 자칫 ‘우리가 남이가’라는 생각으로 이를 처리한다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는다. 우리 사회에서 건축사는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 끊임없는 스스로의 비판과 자성의 소리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같은 이유로 의무가입 과정에서 윤리선언은 실질적으로 중요하며, 윤리규정과 윤리위원회의 존재는 의무가입뿐만 아니라 향후 건축사라는 직업의 가치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서구 사회 모든 건축사의 경제적 지위가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가치를 존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런 외형적 결과만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왜 건축사(Architect)라는 직업이 존중받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직업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여론의 힘을 얻고 있고, 건축사들 간에는 상호 존중과 인정이 자리 잡아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런 사회적 인식과 합의 없이 어떻게 건축사가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건축사가 ‘업자’가 아닌 도덕적 가치·원칙을 준수하는 전문가로 회자될 그날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스스로, 그리고 상호 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