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위원회 그리고 통합심의위원회
공동위원회 심의를 한 경우 각각의 개별위원회 심의는 생략해야 임대주택 건립 시엔 통합심의위원회 심의 이뤄져 건축계획 심의결과 통지받은 날부터 2년 이내 건축허가 신청하지 않으면 효력 상실
예전에 서울 동쪽의 초고층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동(棟)을 연결하는 브리지 설치 위치를 정함에 있어, 건축위원회는 3층에 설치하자는 의견을 낸데 반해 모 위원회는 5층에 설치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업주는 두 위원회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한 탓에 누구 의견을 따라야 할지에 대해 질의를 한 결과, 각 위원회는 독립되어 있어 “각 위원회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을 받았다는 ‘웃픈’ 일이 있다.
이렇듯 사업 규모가 대형화하면서 건축위원회뿐만 아니라 환경, 교통, 에너지, 경관 등 각 행정 절차 단계마다 심의를 받게 되고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각 위원회는 소관 권한을 확대 해석하거나 소관 범위를 벗어남에도 그저 좋다는 의견들을 중구난방으로 제시하면서 사업을 총괄하는 건축사를 혼란에 빠뜨린다.
건축위원회는 건축계획, 건축행정, 건축분쟁 조정 또는 재정, 건축민원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독립된 합의제 기관으로 행정기관의 자문기구이다. 건축위원회의 여러 기능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건축계획에 대한 심의라고 할 수 있다. 건축계획에 관한 심의는 단순히 외장이나 디자인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심의 목적물의 용도와 규모에 맞는 구조, 기능, 동선, 설비, 시설물의 유지관리와 사용자의 편의성 등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본다.
법령이나 유권해석에 따르면
공동위원회가 건축계획 심의를 한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아도 돼
건축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혹은 일부 중첩되는 위원회로는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정책위원회, 경관위원회, 학교환경보호위원회, 환경영향평가위원회, 교통위원회, 색채위원회, 공동위원회 등이 있다. 이들 위원회 간의 의견이 상충되거나 모순될 경우에는 누가 조정하고, 건축사는 어느 의견을 중시하여 건축계획을 보완해야 할까?
서울시를 비롯하여 부산시, 춘천시, 부천시, 안양시 등에서는 공동(도시건축, 도시경관, 건축교통)위원회를 운영한다. 공동위원회 운영 취지를 보면, 공동위원회에서 심의를 한 경우(공동위원회에서 건축 입면도를 요구하고 입면을 수정하라는 사유로 재심을 하는 경우도 있다.)에는 각각의 개별 위원회 심의를 생략해야 함에도 공동위원회 심의와 개별 위원회 심의를 중복하여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령이나 유권해석에 따르면 공동위원회가 위의 경우와 같이 건축계획에 관하여 심의를 한 경우에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다시 받지 않도록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한편, 임대주택 건립을 위한 경우에는 통합심의위원회를 두어 도시계획·건축·환경·교통·재해·교육환경 등 8개 분야의 위원이 한자리에 모여 심의를 한다. 통합심의위원회는 개별 위원회의 기능을 통합하여 여러 차례 나누어서 받아야 할 심의를 1회의 심의로 마무리하는 절차상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번에 심의를 하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토의하여 통일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개별 위원회가 각 영역별로 심도있게 심의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도 있지만 스피드한 시대에서는 여러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서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논의하여 통일된 심의결과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점증하고 있다.
그러면, 건축위원회 심의는 언제 신청해야 할까. 허가 전 아니면 허가 후일까. 대부분 관행적으로 건축심의를 먼저 완료하고 그에 맞추어 도서를 보완하고 건축허가를 신청한다. 그간에 당연시한 건축허가 신청 전에 받아왔던 건축심의 신청 시기에 대한 문제가 건축사 자격시험에 출제된다면 예비건축사들은 무엇이라고 답할까?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담당자에 따라 정비계획이 확정된 이후에 건축심의를 받아야 한다, 아니면 건축심의로 계획이 확정된 이후에 정비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등 의견들이 분분하다.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에 건축계획에 대한 심의를 받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 필자는 모두 가능하다고 본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건축계획심의 신청에 대하여 ‘부결 통보’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건축허가 신청여부를 결정함에 참고가 될 뿐이고,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정된다거나 건축허가를 신청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라고 하였다.
건축계획의 유효기간
건축계획에 유효기간이 있을까. 아니 유효기간이 있어야 할까. 예전에는 유효기간이 없었다. 심의를 받은 지 오래되었더라도 건축허가 신청 내용이 법령에 적법하다면 건축허가가 났다. 그런데, 1990년대 말 IMF 시기를 지나면서 건축심의를 받은 지 3∼5년이 지나고 토지 소유권도 변경되면서 새로운 사업주가 건축허가를 받고자 할 때 수년 전에 통과된 심의를 유효하게 인정할 것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 논란이 생겼다. 그러다가 2011년 5월 30일 심의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2년 이내에 건축허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심의 효력이 상실된다는 규정이 신설된다.
이는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장기간 건축을 개시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건축물이 주변 환경의 변화, 건축법령의 개정 등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고, 건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통지 받은 날부터 2년 이내에 건축허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그 심의의 효력이 상실되도록 건축심의의 유효기간을 설정하여 현재의 주변 환경과 건축법령에 맞는 건축물이 건축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법제처는 밝혔다.
건축사는 설계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공무원은 적법성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그렇다면 건축심의 사항을 준수해야 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건축사일까, 공무원일까. 건축위원회는 자문기구라는데 심의결과를 준수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을까? 모두 힘든 시기이다. 가까운 이들과 토론 주제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