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요소 갖추기, ‘최적 독특성’에 주목하라

2021-10-06     김남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목숨을 걸고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익숙한 소재이지만, 전개 방식은 과거 서바이벌 콘텐츠와는 결이 다른 참신함을 보여줬다. (사진=넷플릭스)

익숙한 것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준다. 만약 오랜 친구와의 편안한 만남과 낯선 사람과의 어색한 만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오랜 친구와의 만남을 선택할 것이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즐거움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지면 이른바 ‘적응-질림’현상이 나타난다. 너무 자주 같은 친구를 만나면 할 이야기도 줄어들고 재미도 사라진다. 편한 친구와 만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익숙함과 참신함 사이의 묘한 줄다리기는 소비자의 선호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오랜 숙제 중 하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조나 버거 교수는 ‘최적 독특성’이란 개념으로 이 문제를 풀어갔다. 그는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요소를 갖추고 있으면 고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아진다며 익숙함과 참신함을 동시에 가진 최적 수준의 독특성에 소비자들이 열광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에서 신생아 이름을 분석해 보니, 태풍 카트리나가 미국 전역에 큰 피해를 입혔던 해에는 카트리나란 이름을 지어준 부모가 예년보다 40%나 줄었다고 한다. 태풍 카트리나가 큰 피해를 입혀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해에 카트리나와 같은 K로 시작하는 이름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것. 실제로 킬리는 25%, 케일린은 55%나 증가했다. 카트리나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자 카트리나와 유사한 K로 시작하지만, 카트리나와는 다른 케일린 같은 이름이 최적 독특성을 획득해 고객들의 선호도를 크게 높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너무 흔한 이름(스미스, 브라운)이나 너무 낯선 이름(넬, 보들)보다는 익숙하지만 독특성이 있는 이름(셸리, 캐셀)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이 역시 최적 독특성이란 개념으로 풀어보면 흥미로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목숨을 걸고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는 소재는 일본 영화 ‘배틀로얄’이 원조로 알려져 있고 이후 영화나 드라마,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주 활용돼왔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의 소재는 매우 익숙하다. 하지만 그 전개 방식은 대단히 참신하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한국 토종 게임이 전면에 등장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 너무 익숙한 게임이 죽음의 소재로 등장하니 한국인들 역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등한시되어온 게임 참가자들의 사연과 사회적 이슈 등이 함께 녹아든 것 역시 과거 서바이벌 콘텐츠와는 결이 다른 참신함을 보여줬다.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고 싶다면 익숙함에 머물거나, 참신함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알고리즘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익숙한 콘텐츠 외에 장르적 유사성이 있으면서도 참신한 영화를 함께 추천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최적 독특성이란 개념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