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교육시설의 목조화

2021-09-16     이동흡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이동흡 교수

지난 호의 “숲·바람·빛, 그리고 사람과 연결되는 배움의 터전, 학교를 목조로 바꾸면”이 지면에 소개된 후 많은 분들이 목조학교는 매우 바람직한 우리의 미래상이라는 긍정적인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린다. 반면, 건축이나 목재 전문가로부터 다음과 같은 우려의 소리도 있었다. “목조건축의 경험과 기술도 없는데 학교건축으로 가능할지”, “공학목재를 국내기술로 조달이 가능한지”, “불에 타기 때문에 방화·내화의 법 규제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것은 아닌지”, “철근콘크리트(RC)조보다 내구성이 없어 유지관리가 문제되지 않을지”하는 기술적인 우려도 있었고, “철근콘크리트조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닌지”, “건축용 목재의 국내 산재의 생산이 없는데 수입재로 짓자는 것인지” 등의 경제적 우려도 있었다. 공감을 하면서도 목조건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80%는 화석연료를 태워서 만들고, 건축물은 그 에너지의 40%를 소비한다. 에너지 생성과정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증가의 3분의 1이 건축물에서 발생한다.1) 건축물은 “에너지를 먹는 하마”란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세계는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아있는 탄소는 흡수해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맞추기 위한 탄소중립 전환의 목표를 건축물에 맞추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의 저탄소화 경제구조를 실현하자면 배출원이 없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었다. 탄소중립·경제성장·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능동적 대응 여건을 이제부터 건축분야는 마련해야 한다.

그 실천에는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세계는 목조건축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목재는 성장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목재에 고정하고 있다. 고정된 탄소가 대기로 다시 환원되는 기간은 건축물로 사용될 때가 가장 효율성이 높다. 효율적 측면에서 목조건축으로의 전환이 상책이다. 목조건축은 도시공간에서 대량의 탄소를 저장하는 금고와 같은 역할을 한다. 건축 재료의 대부분은 언젠가는 고갈될 유한자원이지만, 목재는 심을 땅만 있으면 반복해서 생산할 수 있는 무한의 순환성 자원이다. 그러므로 건축에서 목재의 사용 확대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고 저탄소 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탄소중립의 유망 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의 지속 가능한 공정 전환을 위해서는 건축 재료에 목재의 사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지구환경을 위해 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건축에서 목재의 사용은 주로 단독주택 중심이어서 규모가 작다. 여기서 단독주택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목재 사용량을 확대시키기 위해 정책을 반영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건축에 그 방향을 맞추어야 하고, 공공의 용도에 맞게 건축물을 중·대규모로 지어야 그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 주도로 이제 공공시설이 대규모 목조건축에 모범을 보여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그린뉴딜이 요구하는 대규모 건축물은 구조 강도나 화재 시의 위험 등을 이유로 거의 목조건축으로 지어지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 철근콘크리트구조나 강구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재료 생산에서부터 설계·시공까지 경험과 기술 축적이 거의 전무하고, 무엇보다 발주자나 설계자의 목조에 대한 낮은 이해가 확산 보급의 족쇄가 되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공공건축가가 중심이 되어 목조건축 전문가와 경험자를 파견 지원하는 툴을 만들고 기획·발주·계획·기술에 대한 기초지식 습득 관련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대규모 목조건축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처로 일본, 프랑스,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공공건축물 등에서의 목재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운영하면서, 목조건축전문가로 구성된 공공건축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건축물에서 목재 이용을 추진하는 방향을 명확히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2050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공공건축물 등에서의 목재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의 조속한 제정을 통한 목조건축물 기술 정착과 발전을 기대해 본다.

이제부터 공공건축물에 어떤 용도의 대규모 목조건축이 우선되어야 할지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교육시설은 전체 공공시설의 총 바닥 면적의 약 40%를 차지한다. 여기에 교육시설은 5층 이하의 중·저층 건물이 대부분이고 고층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목조로도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기 쉽다. 내화설계도 국내의 목조건축 기술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그 대상은 교육시설에 우선되었으면 좋겠다. 2020년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전국의 학교는 21,169개교로, 교사의 연면적이 105백만㎡나 된다. 목조건축에 들어가는 목재사용량은 연면적 당 0.2㎥정도로 모든 교사를 목조로 짓는다고 가정하면 21백만㎥의 목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물량은 순수탄소 저장량 1,400만여 톤(CO2e)과 온실가스 560만여 톤(CO2e)의 감축효과가 있다. 목조건축으로 이어졌을 때 총 1,960만여 톤(CO2e)의 탄소 상쇄가 예상된다. 이는 연간 승용차 375만 대를 운행하는 탄소저장량과 버금가는 효과다.

2020년 현재 학교건축물의 바닥면적은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95백만㎡이고 목구조는 2만4천㎡로 목조는 1‰(퍼밀, 1000분의 1)도 안 된다. 여기에 공립 초중학교는 건설한지 30년을 넘기고 있는 시설이 7할에 가깝고, 에너지 성능기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추진 중인 개축하거나 리모델링해야 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프로젝트의 대상이다. 2025년까지 18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그린스마트학교 건설2)이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목조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면 좋겠다. 범국가적 전략인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전환을 교육부가 선도하길 바란다.

학교 시설은 학생들의 학습 장소임과 동시에,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의 장소다.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서 1만5천여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교육시설에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따뜻하고 윤택한 교육환경 하에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1) Q. Di et al., “Air Pollution and Mortality in the Medicare Population.” New Engand Journal of Medicine 376, no.26 (2017): 2513-2522.
2) 조선일보 2021년 9월 16일자 A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