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비즈니스는 겸손에서 비롯된다
동양적 세계관이 정수로 꼽히는 ‘주역(周易)’에는 총 64개의 괘(卦)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괘에 좋은 내용과 나쁜 내용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 예를 들어 ‘하늘’을 의미하는 주역의 ‘건(乾)’괘에는 좋은 내용이 많지만 ‘항룡유회(亢龍有悔)’, 즉 계속해서 권력이나 시스템을 유지하려다보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부정적 내용이 나온다. 반대로 정말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의미하는 ‘곤(困)’괘에는 ‘대인(大人)은 길(吉)하다’는 긍정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그런데 딱 하나의 괘는 모두 좋은 내용만 담고 있다. 바로 겸손을 의미하는 ‘겸(謙)’괘다. 이 괘를 풀이한 내용도 무척 의미심장하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양은 높은 곳에 있지만 아래로 내려와 수많은 생명에 에너지를 준다. 땅은 낮은 곳에 위치하면서 만물을 소생시킨다. 잉여가 있는 곳은 덜어내고 가득 차 있는 것은 흐르게 하는 게 자연의 이치다.’주역의 이런 통찰은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ward the mean)’와 같은 자연 및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개념과 유사하다.
실제 기업 실적이나 스포츠 선수 성과를 분석해보면, 특정 해에 고성과가 나온 이후 성과가 줄어들어 평균으로 회귀하는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하지만 사람의 심리는 이와 다르다. 성공을 하면 자만에 빠지기 쉽다. 자신의 성공 공식은 고착화되고 이에 반대하는 의견에 귀를 닫게 된다. 조만간 평균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지만, 특정 시점의 성공에 취하면 기고만장해지면서 자기 확신만 강해진다. 결국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기존 지식이나 성공 공식을 고수하다 실패하는 ‘성공의 덫’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훌륭한 리더는 겸손을 실천한다. 가장 위대한 리더로 꼽히는 세종대왕은 “나는 잘 모르오!” “경의 의견은 어떠한가?”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고 한다. 고성과를 창출한 한 기업의 리더는 “나이가 드니 이상하게도 말싸움에서 지지 않는 신기한 능력이 생겼다”며 회의 때 아예 침묵을 선언했다. 진심으로 조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선언이다. 또 다른 리더는 부하직원의 보고를 들을 때 “아 그래요? 아 그랬군요!”라는 말로 무조건 공감하며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매일 실천하고 있다.혹시 겸손을 실천하면 무시당하거나 권위가 추락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다.
퇴계 선생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퇴계 선생은 26세 연하인 고봉 기대승과 학문적 논쟁을 벌이다 “나의 견해가 착오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 공(기대승)의 고명한 가르침 덕분에 기존 망령된 견해를 버릴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학문적 깊이뿐만 아니라 인격 측면에서도 퇴계 선생이 존경받는 이유다. 겸손은 어떤 상황에서든 통하는 최고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