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역사 여행, 임피역(臨陂驛)
임피역의 역사
임피역은 전라북도 군산시 임피면에 소재하고 있는 장항선의 폐지된 철도역이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간이역을 말하면 항상 등장하는 역으로 여행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역사의 최초 건립 시기는 1912년 12월이며 현재 남아 있는 역사는 1936년 12월에 다시 지은 것이다. 역사(驛舍)는 현존하는 역사 중 전라선의 구 춘포 역사 다음으로 오래된 건물로 추정되며, 첫 역사가 들어선 시기는 춘포역보다 빨랐다. 현재의 역사는 두 번째 역사이며 당시 농촌 지역에 들어섰던 소규모 간이역사의 전형적인 건축양식과 기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형도 잘 보존되어 있다.
1924년 6월 배치 간이역으로 개업하면서 승객이 늘자 기존 역사를 허물고 1936년 12월 현재의 역사를 완공하면서 보통역으로 승격되었다. 하지만 그 후 수요가 계속 감소하면서 1985년 7월 운전 간이역으로 격하되었고, 1995년 4월에는 다시 배치 간이역으로 등급이 떨어졌다. 그 후, 2006년 11월부터 임피역의 매표소도 막아버리면서 무인역이 되었다.
2008년 1월부터 통근열차가 없어지고 서천∼익산 구간을 운행하는 새마을호가 정차하게 되면서 이 역은 한국철도공사 역사상 최초로 정기편 새마을호가 정차하는 무인역이 되었으나, 서천∼익산 새마을호가 폐지되고 극히 낮은 수요로 인해 동년 5월 1일부터 여객 취급이 중지되었다. 2020년 12월 군산∼익산 간 신선으로의 선로 이설과 함께 폐역 되었다. 다만 역 건물은 2005년 11월 등록문화재 제208호로 지정되어 있어서 폐역 이후에도 철거되지 않고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본래 이 역은 임피면 읍내리에 만들어졌어야 했는데, 읍내리의 유림들이 풍수지리적 이유로 반대하여, 술산리에 역이 세워졌다고 한다. 역명은 통일신라시대 경덕왕이 고사재라는 지명을 한자화하여 임피라 한 데서 유래되었다.
수탈의 역사
전북 군산은 1899년 개항을 했다. 국력이 약해져 있고 서구 열강과 일제의 침탈을 받은 군산에는 개항과 함께 일제 자본이 밀려 들어왔고, 일제는 군산을 호남지역에서 생산된 곡물을 수탈하는 근거지로 삼았다. 1912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임피역 역시 미곡 수탈의 주요 교통로였다.
입구에 자리한 ‘옥구농민항일항쟁비’가 그 시대를 말해준다. 옥구는 과거 군산의 임피와 익산의 함열 등을 통합해 부르던 지명으로, 비옥한 도랑(沃溝)을 뜻하는 이름이다. 이곳에는 일본인들이 들어와 대규모 농장을 운영했던 곳이다. 옥구에 자리한 이엽사 농장은 농민들에게 부과했던 소작료만 75%에 달했다. 여기에 비료대와 수세, 운반비까지 덧붙이니 농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농민조합에서 여러 차례 소작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분개한 농민들이 1927년 11월 15일, 농장에서 시위가 벌어진다. 일본 경찰이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농민들도 임피 경찰관 주재소를 파괴하는 등 주체적인 항일운동으로까지 번진다. 옥구농민항일항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조직적으로 전개된 농민 항일운동으로 악랄했던 일제 식민 지배에 정면으로 대항한 저항 운동이다. 기념비에는 당시 옥고를 치른 34명의 항일 투사와 독립유공자로 서훈 받은 18인의 애국지사 이름을 적어 기억하고 있다.
과거로의 여행, 임피역
임피역에는 근대의 주변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임피역과 함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재래식 화장실은 그 역사만 8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도 관람이 가능해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앞에는 지금도 사용 가능한 옛 우물과 펌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전 오후, 하루에 두 번씩 울리던 오포 사이렌도 남아 있다. 지금도 정오마다 10초간 사이렌을 울려 시간을 맞춰 가면 색다른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옛날 농민들이 이엽사 농장의 횡포에 항의하며 딛고 있었을 역 광장은 ‘시실리 광장’이 됐다. ‘時失里’는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표를 달고 있는 탑에는 ‘거꾸로 가는 시계’가 붙어 있다. 숫자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올라간다. 근대문화유산의 보고인 군산의 정체성을 재미있게 표현한 조형물이다. 광장 한쪽에 조그만 연못이 있는데, 이것은 ‘연방죽’이라 불리던 옛 방죽을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채만식의 소설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도 군데군데 서 있다.
주차장 뒤쪽에는 새마을호 객차 두 칸이 있다. 자그마한 역사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으며, 군산선·임피역과 일제의 수탈, 그리고 민중의 저항 등에 관한 것들을 볼 수 있다. 임피역의 정서와는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식민지 수탈의 역사(歷史)가 담겨 있는 군산 구 임피역은 일제강점기 간이역의 건축 형식을 잘 보여주는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건축사적 가치가 크며, 근대문화유산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활용한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출처 : 나무위키]
임피역 주소=전라북도 군산시 임피면 술산리 2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