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식’ 건축물 에너지절약계획서 관련 개정안
검토 기간 단축하면서 검토 수수료 부과…주거부분 최대 211만원
수수료 기준, 구체적 범위 정해져
“검토비용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
에너지절약계획서 검토와 관련해서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이 “국민에게 비용을 모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해 건축 인허가에 첨부되는 ‘에너지절약계획서’ 검토기간을 단축하는 것과 검토 수수료의 범위 및 감면기준 마련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3월 5일 공포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건축물 인허가시 행정지연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에너지절약계획서 검토’ 절차가 최대 10일 이내에 처리되도록 했다. 그간 국토부가 지정한 검토기관에 의뢰하면, 한 달이 넘도록 소식이 없거나 불성실한 검토 담당자들의 태도로 건축실무자들과 건축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로 인해 건축인허가 업무기간 등은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른 비용증가는 고스란히 건축주들의 몫이었다. 국토부는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금번에 검토기관 2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감정원, 한국교육환경연구원에, 한국환경건축연구원,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이 추가돼 검토기관은 총 6개가 됐다.
또한 개정안에는 검토 수수료의 범위 및 감면기준도 정해졌다. 그동안에는 에너지관리공단 등 검토기관이 검토업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의뢰를 받아 무상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토비용을 건축주가 부담해야 한다. 국토부는 “검토대상이 연간 4천여 건에서 2만여 건 늘어나 인·허가 시간이 길어지는 등 부작용이 생긴 만큼 이를 막기 위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범위를 보면, 주거부분은 기준면적이 1천㎡ 미만인 건축물이면 21만1천원(부가가치세 별도)의 최소 수수료를 내야하고, 12만㎡ 이상인 건축물은 211만4천원의 최대 수수료를 내야 한다. 비주거부분은 1천㎡ 미만이면 31만7천원, 6만㎡ 이상이면 253만7천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번 수수료 범위 책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토비용 일체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선의 한 건축사는 “그간 계획서 검토가 늦어 건축인허가 기간 증가로 업무에 차질이 생겨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개정을 보니 건축인허가 기간은 줄었는데, 검토 수수료 부과라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건축실무자는 “이번 개정으로 건축 인허가 검토 주체인 허가권자의 역할이 에너지절약계획서와 관련해서는 ‘검토자’에서 ‘검토지시자’로 바뀌고, 에너지 관련 전문기관의 역할이 ‘자문’에서 ‘검토자’로 변경되면서 건축주들에게 금전적인 부분만 가중됐다”고 말했다. 즉 건축인허가 기간 증가로 인한 건축주들의 비용 부담이, 검토 수수료로 바뀐 ‘조삼모사식’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의 적용 및 수수료 부과는 사용자의 적응과 시스템안정화를 위한 시범운영을 실시한 후 3월 16일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자체 담당공무원에 대한 워크숍을 실시하고, 대한건축사협회 등과 협업을 통해 건축실무자 대상 제도안내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대한건축사협회는 이번 개정에 대해 자문변호사에 공문을 보내고 법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협회는 “허가권자가 수행해야 할 본연의 업무인 에너지절약계획서의 적정여부 검토업무를 스스로의 전문성 부족으로 검토기관에 자문을 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건축주에게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적, 법리적으로 불합리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