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에 참여하며
2018년 개업하여 사무소를 운영한지 언 4년째.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된 건축설계는 현실에서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렀지만, 관공서 입찰과 작은 규모의 설계 계약 건으로 조금이나마 나의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 했다는 것에 감사하며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우연치 않게 1년 전쯤 짧은 사무소 경험 탓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설계공모에 대한 정부 방침을 접했다. 추후 관공서 입찰은 1억 미만으로 진행되고 나머지는 설계공모로 진행된다는 것에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의도 자체는 좋아 보였다.
1억 이상의 설계공모. 어쩌면 젊은 건축사가 공공건축 설계참여 기회를 얻는 것이라는 기대로 고민 끝에 참여하기로 했다. 학생시설 공모전을 준비하고 날을 지새우며 아이디어를 도출해 도서를 작성, 패널을 완성하던 기억에 사뭇 설레었다. 결의를 다지며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실무 경험을 토대로 공모에 참여하여 좋은 결과를 내어보겠다, 마음을 잡았다. 그러나 설계지침서와 과업지시서를 확인하는 순간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임에도 쉽지 않은 분량의 설계도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간소화된 투시도와 도서표현 등은 비용 간소화를 위한 의도를 엿볼 수 있어 작은 규모의 건축사사무소에 기회를 주고자 하는 발주처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 진행한 프로젝트는 기존 건물과 연계한 사업대상지로 기존 시설과는 다른 건물계획, 외부공간 계획을 요구했다. 대지의 크기는 크고 규모가 작은 건물 설계여서 배치부분이 상당히 고민스러운 상황이었다. 넓은 부지의 활용성과 기존 건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하는데 있어 과연 연계성은 건물을 연결한 계획인지 외부공간으로만 연결된 계획인지가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선택을 했고, 외부에 대한 출입 동선과 건물의 용도, 부지의 활용성을 고려한 외부공간으로 연결되는 배치계획으로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패널을 제작하여 제출했다.
결과는 3등이었다. 8작품 중 3등. 처음치고는 좋은 결과였지만, 아쉬움이 남는 프로젝트였다. 어떤 점에서 감점이 됐는지 채점 결과와 1, 2등 수상 프로젝트의 패널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건물에 대한 연계성을 고려한 외부공간으로는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건물의 연계를 고려한 배치 계획이 심사의 주안점이었던 것 같다.
현행 설계공모 제도는 기존 인식하고 있던 설계공모에 CG 표현과 컬러 제출이 배제된 설계도서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신진 건축사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조달청 발주를 제외한 타 설계공모가 제출서류로서 전자파일을 요구하면서 종이 도서, 패널까지 병행 제출케 한다는 것이다. 현재 디지털화 시대 화상교육을 하는 때에 조금은 뒤떨어지는 처사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앞으로 건축설계 분야가 참여자들의 여러 의견을 반영한 제도개선으로 보다 더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