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인증제, 스마트건축 개념 담아 개편해야”
auri 보고서 ‘스마트건축 개념을 바탕으로 한 건축물 인증제도의 개편방향’ ‘지능형 건축물’을 ‘스마트 건축물’로 개편 건축물 인증제 단일화와 일반 건축기준과 인증제도 간 교통정리도 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건축’의 개념을 생산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유사제도가 중복 운영되는 등 건축물 인증제도의 문제점도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건축공간연구원(auri)는 얼마 전 펴낸 연구보고서 ‘스마트건축 개념을 바탕으로 한 건축물 인증제도 개편 방향’에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기후 변화 등 환경적 이슈들이 나타나는 지금 건축물에 요구되는 성능도 매우 다양해졌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의·식·주 해결만을 위한 공간에서 쾌적한 삶 설계하는 공간으로
과거에는 건축물을 평가할 때 인간생활의 기본요소인 의·식·주를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이어 한국전쟁의 참화까지 겪은 우리나라였기에 “일단 건물하면 튼튼하고 바람 잘 막으면 된다”는 인식이 컸다.
산업화시기를 거치고 난 후부터 이러한 인식은 서서히 변화해 의·식·주 보장 이외의 기능도 건축물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로 자리 잡는다. 1990년대부터 건축물을 단순히 먹고 자고 일하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삶의 질을 고양하는 건축’과 ‘환경을 생각하는 건축’ 개념이다. 삶의 질에 관련된 요소는 ‘지능형건축물’이나 ‘초고속 정보통신건물’ 지정 등의 시도를 통해 환경적 요소는 ‘녹색건축인증제도’ 등 환경 관련 인증 제도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1990년대 시작돼 2000년 들어 본격화됐으며 세월이 지날수록 새로운 인증제도도 늘어났다.
시대는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또 내용이 겹치는 인증제도에 대한 정리도 시급하다. 2010년대 스마트폰 대중화가 몰고 온 새로운 ‘스마트개념’도 반영해야 하고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생긴 인증제도 간 교통정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2020년대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스마트건축 개념을 바탕으로 한 건축물 인증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
◆스마트건축 개념과 발전 방향
미래건축의 대표 가치인 스마트건축은 국가가 제기하는 미래의 비전을 반영하고 건축물이 지향해야 할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함축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런 의미를 담아 스마트건축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첨단기술이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건축물”이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개발될 첨단기술이 건축을 매개로 생활공간에 결합하는 플랫폼이란 이야기다.
1990년부터 시작된 ‘지능형건축물’이나 ‘초고속 정보통신건물’ 지정은 건축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시작됐다는 의미는 있었지만, 현 시기 트렌드를 기준으로 분석할 때 건축물의 기계설비나 정보통신설비 등 건축물의 기능 등 기술 인프라나 공급자 중심적인 개념만을 담았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인증제도는 개별 건물에 첨단설비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초연결 및 공유플랫폼 등 자생력 있는 혁신체계로서의 스마트 개념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척도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초연결(超連結, Hyper-conneted)이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적 요소들이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와 가치의 창출이 가능하도록 긴밀히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건축물은 인간이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으로서 초연결 개념의 핵심이며 여러 가지 가치가 공유되는 플랫폼으로서도 기능한다.
스마트건축의 키워드는 ▲사용자 만족 증진 ▲시스템 최적화 ▲에너지 효율 ▲친환경 ▲삶의 질 상승 등이다. 보고서는 앞으로의 건축물 인증제도에는 이러한 키워드들이 잘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건축물 인증제, 유사제도 중복운영과 형식적 이행 등 문제 극복해야
연구진이 현행 건축물 인증제도의 현황과 쟁점을 정리해 본 결과 유사 제도 중복 운영 및 세부기준과 인증 항목 간의 중복 존재, 건축물 인증제도 의무화에 따른 형식적 이행과 실효성 문제, 건축 비용 상승, 행정절차 반복으로 인한 비효율성, 인증기관 간 해석 차이 발생 등이 꼽혔다.
시기마다 ‘건축물의 안전’이나 ‘환경을 생각하는 건축’ 등이 크게 이슈화 되면서 관련한 인증제도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졌지만 일관적 계획을 가지고 제도가 도입된 것이 아니다보니 제도 도입 취지는 문서 속에만 남고 준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 정도로 해석되게 된 것이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유사 제도 통합 ▲제도 특성화 ▲운영단계 인증 도입 ▲접수창구 단일화 및 업무 전산화 ▲건축물 인증 항목 중 보편적 기준에 해당하는 내용, 일반 건축기준 편입 ▲민간주도형 정책 운영제도 제안 등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모든 신축건물, ‘녹색건축 인증’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획득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사례도 많아
건축물 인증제도 취득 사례 분석 결과 신축 건물의 경우 녹색건축 인증(주택성능등급 포함)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은 모든 사례에서 동시에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취득도 다수 나타났다.
기존 건축물의 경우에는 녹색건축 관련 에너지 성능 평가 차원에서 건축물 에너지효율 등급 인증서가 녹색건축 인증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취득에 반드시 필요한 사전 요건이다. 이러한 인증들은 에너지 성능 차원에서 그 평가항목이 유사하고 중복됨이 사례분석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능형 건축물 인증제도 개편 통한 스마트건축 개념 반영
지능형건축물(Intelligent Building)은 건축물을 이루고 있는 건축, 설비, 각종 시스템들이 용도와 목적에 맞게끔 최적화되어 사용자들이 쾌적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건축물의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되고 연동돼 불필요한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건축물의 유지관리비용을 절감해 건축물의 효용가치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건축물을 말한다.
지능형건축물의 주요 기능은 급배수설비, 환기설비, 일사 차폐시설 등의 자동제어 및 감시, 출입, 통제, 조명, CCTV, 출동경비, 주차관제의 연동 및 자동 원격 제어 등이다.
여기에 최근 급속도에 발전하는 스마트기술 개념을 추가하고 명칭도 ‘지능형 건축물’에서 ‘스마트 건축물’로 변경하자는 것이 보고서의 제안이다.
지금까지의 지능형 건축물의 목표는 건축물의 지능화 및 고도화를 통해 거주자의 안전·편의와 건축물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었는데,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스마트 기술의 발전을 통해 건축물에 AICBM개념을 접목해 건축물의 스마트화가 촉진되고 있어 법과 제도 차원에서도 관련 사항들이 빠르게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AICBM(AI·IoT·Cloud·BigData·Mobile)이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Data), 모바일(Mobile)의 약자다.
‘지능형 건축물’이라는 명칭을 ‘스마트 건축물’로 선언적으로 변경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신 개념의 스마트 건축을 아우를 수 있고 스마트시티 등 관련 분야와의 기술적, 정책적 연계가 증진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건축물 인증제도 단일화도 이뤄져야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건축행정서비스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그 세부과제 중 하나로 건축행정 절차 선진화를 목표로 ‘건축인증제도 단일화 추진’을 발표했다.
여러 부처가 공동으로 녹색 건축 관련 인증제(녹색건축 인증, 지능형건축물 인증,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운영하고 있어 내용이 겹칠 우려가 크고 인증 취득에 상당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된다는 이유였다.
구체적 방안을 보면 녹색건축 관련 인증을 일원화한 (가칭) ‘스마트건축 인증’을 마련하고 친환경·에너지 등 민간 수요에 따라 개별 시행하여 중복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인증 겁수 창구를 단일화해 인증비용과 기간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인증기준의 연계와 통합을 검토하자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토부의 이러한 정책 추진 방향을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에너지 관련 인증제도들도 통합에 포함되는 만큼 건물에너지 성능을 강화하고 실효성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일반 건축기준과 인증제도 사이 교통정리 필요
우리 사회는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해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설계기준을 통해 신축 건축물의 에너지성능 향상을 이끌어 왔으며,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인증, 녹색건축 인증 등 허가기준 이상의 고효율·친환경 건축물 보급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는 인증제도를 도입해 왔다.
그런데 건축물의 에너지 절약설계기준과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의 건설기준,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은 에너지 평가방법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또 녹색건축 관련 인증은 녹색건축 인증이 대부분의 평가항목들을 포괄적으로 차용하게 됐다. 이 결과 건축기준과 인증제도 간에 상호 영향을 미치고 유기적으로 연관돼 평가의 경계와 차별성을 모호하게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축(설계)기준과 인증 제도 간 개별 항목 중 중복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경우에 따라 없애거나 인증결과를 적극적으로 준용하도록 정리하며 개별 인증 기준 간에 고유 특성을 강화하고 시너지 효과가 있도록 하는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현행 건축기준과 차별화되지 않는 인증제도에 대해서는 통폐합 수준에서의 개편이 검토돼야 하며 일반 건축기준 중에서 과도한 건축적 제한으로 판단되는 항목들은 인센티브나 권장 사항으로 선별해 관련성 있는 인증기준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각종 건축물 인증제도는 도입 당시 적용 건축물의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신청한 인증대상에 한정해서 운영하다가 그 대상을 점차 넓히는 방식으로 확대됐고 에너지 부문에서는 인증 의무화까지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반 건축(설계)기준은 대부분의 건축물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기준으로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성능 기준을 시작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상향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건축물 인증제와 일반건축기준이 꾸준히 추가적으로 도입되면서 그 특성과 본연의 취지와 달라 평가항목과 성능 수준 간 중복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게 되고 실제 평가 항목별 분석을 통해 그 중복성이 증명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이렇게 같은 항목들이 두 가지 제도 항목에 모두 포함되면서 행정절차가 비효율적으로 길어지게 되고, 건축주나 설계자 입장에서도 기준 충족 외에 건축물 성능 향상을 위한 다른 자발적 노력을 기울일 여유를 사라지게 한다.
두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건축기준과 인증제도 본연의 제정 및 운영취지에 맞게 제도 정비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건축 기준은 건축물의 인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요건으로 기본적인 성능 수준을 담보하고, 인증제도는 강화된 평가 항목과 성능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특화를 유도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에도 그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실효성 있게 제도의 정비와 개편을 해내기 위해서는 단기-중기-장기의 단계별로 개편 방향이 제기돼야 한다는 점도 보고서는 지적한다. 초기부터 전면적으로 개편을 추진하기보다는 최하위 법령부터 개편을 시작해 최상위 법령을 대상으로 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급격한 변화에 대한 저항과 오류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