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바람·빛, 그리고 사람과 연결되는 배움의 터전, 학교를 목조로 바꾸면

2021-08-18     이동흡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인간은 자연상태에서 학습과 교육에 영향을 받아 점점 이상적인 상태로 성장한다. 그래서 교육 초기부터 자연과 함께하게 하는 것이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데 중요하다.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논문1)에 의하면 일주일에 최소 2시간 이상 자연과 함께 지내야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자라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교육 현장에 가급적 자연을 많이 끌어들였으면 좋겠다.

지구온난화 등 지구 차원의 환경 문제가 세계 공통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시설도 지구 환경보전의 관점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건축 재료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목재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손색이 없는 건축 재료다. 종래의 모더니즘 건축을 지지해 왔던 철이나 유리나 콘크리트 등의 공업제품과 비교해 ①인간에게 친근함이나 부드러움, 온기 등의 감각이 뛰어난 점, ②내화나 내력적인 약점을 극복하는 기술이 확립된 점, ③건축법 개정으로 중·대규모 건축에 목재를 이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점, ④참신하고 많은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을 북돋아준다는 점, ⑤특히 국가가 많은 비용을 지원하여 중·대규모 목조건물을 늘리려는 점이 목조건축의 매력이다. 예산이 부족한 지방공공단체의 교육 관계 담당자나 시설 정비 담당자에게는 목조교사가 예산 확보를 위한 실리적인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언론보도2)에 의하면, 저출산으로 지난 10년간 초·중·고 학생이 30% 감소했다고 한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초·중·고교생이 2010년 761만 명에서 2020년 534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시도 교육청 예산은 2010년 33조 원에서 2020년 59조 원으로 80% 가까이 늘었다. 늘어난 지방교육재정기부금 예산이 미래 세대 교육환경 개선의 종잣돈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학교 건물을 목조로 바꾸는 것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지금까지 목재시장은 저층(1층∼2층)의 건축물이 주된 대상이었지만, 건축법 개정으로 중·대규모 건축물도 목조로 축조가 가능해졌다. 구조용직교집성판(CLT)과 구조용집성재 등의 공학목재로 된 건축이 화재에 대한 국제건축기준코드(IBC)의 엄격한 기준을 이미 충족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핀란드, 스위스 등을 중심으로 목조건축 장려정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예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 건축물에 목재를 사회공공재로 간주하며 목조로 하도록 의무화한 국가도 있을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그 사용과 촉진을 적극 관리·권장하고 있다. 목조건축이 온실가스(GHG) 저장원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변화는 특히 학교시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주목할 점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2020년 12월에 발표한 ‘공립학교시설의 목재이용 상황 조사 결과3)에 의하면 2019년도에 새롭게 건축된 모든 학교시설 823동 중 508동(61.7%)에서 목재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건축학회에 수탁사업으로 목조학교 만들기 매뉴얼4)을 작성해 보급하고 있다.

학교 시설에서 목조는 교육 환경의 질을 높여 풍부하고 윤택하게 하며, 생리, 심리, 정서, 건강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난 특성을 보인다. 맨발로 뛰어다니고 뒹굴고, 손으로 만지고 향기를 즐기며, 오감을 통한 놀이가 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가미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배움터로서 자연 소재인 목재가 최적의 재료라고 생각한다.

목재는 콘크리트에 비해 열용량이 작기 때문에 따뜻해지기 쉽고, 체감 온도도 높다. 또 목재는 충격에 대한 흡수율이 높아 부딪쳐도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심리·정서 면에서도 학생의 스트레스 반응이 낮으며 편안하고 쾌적하다. 이 외에도 목조 공간은 집중력이 높아지고, 나무의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진정작용 등이 있다.

건축적으로 나무의 아름다움, 스케일 감, 시간의 경과와 함께 감촉이나 색채에 아이들의 기분이 담겨져 학교생활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기억을 진하게 남도록 만들어 준다. 목조교사는 차세대를 담당할 아이들에게 목재를 이해하고, 산림과 자연에 흥미를 가지게 함으로써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고 책임지는 힘이 되어 환경교육, 지역 학습의 훌륭한 교재가 된다.

교육시설 환경은 「배우기 쉽다」, 「가르치기 쉽다」, 「사용하기 쉽다」라고 하는 기능적인 면이 기본이지만, 여기에 「마음」을 불어넣는 것이 목재다. 건물의 소재가 목조로 바뀌면서 「배울 기분이 좋다」, 「가르칠 기분이 좋다」, 「사용감이 좋은」 장소·공간이 되며, 능동적으로 임하는데 힘이 배양된다. 학교는 지식·기능을 몸에 익히기 위한 교육의 장소이며, 신체를 길러 마음을 닦는 장소다. 동시에 지역 활동의 거점으로 지역을 지지하며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곳에서 생활을 보내는 아이들, 그리고 교직원들이 쾌적하고, 건강하게 생활을 보낼 수 있는 질 높은 건축물이 되어야 한다. 목조는 이러한 요구 조건을 담는 그릇으로 손색이 없다.

사회적으로 출산율 저하, 고령화, 고도 정보화, 국제화 등 커다란 변화 가운데, 학교 시설도 이에 대응이 요구된다. 목조학교는 시설·환경의 질을 높여 이에 대응하는 효과를 가진다. 학교 시설은 배움에 흥미를 부여하고 학습 지원을 할 수 있는 자유도가 높은 교실이 되어야 한다. 또한 풍요롭고 건강한 생활환경이 수반되어야 한다. 즉 교류·발표의 장소, 혼자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장소, 혹은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 즐거운 식사, 쾌적한 화장실·세면장·물 마시기, 안심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장소 등. 아이의 학교생활이 쾌적한 공간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9-44097-3
2) 조선일보 사설. 2021.07.20. 학생 30% 줄었는데 교육청 공무원은 급증한 이유
3) https://www.mext.go.jp/a_menu/shisetu/mokuzou/1414326.htm
4) 문부과학성 수탁사업(일본건축학회). 2020. 목조학교 만들기 - 그 구상에서부터 유지보수까지(2019년 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