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의 용도변경에 대하여
대법원은 “건축법 제19조의 문언과 규정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은 건축물 용도변경 신고가 변경하고자 하는 용도에 관한 건축법 상 건축기준에 적합하더라도, 관계 법령이 정한 다른 제한사유에 저촉된다면, 그 용도변경 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판시
건축법에서 건축물에 대한 구체적·체계적인 용도분류가 이루어진 것은 1978년이다. 그전까지는 건축물 용도가 필요한 개별 조문에 표기됐다. 구체적인 정의가 없어 혼란스럽긴 했지만 당시에는 그리 큰 불편을 겪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건축법이 제정된 1962년 구체적인 정의는 없었으나 ‘주택’과 ‘공동주택’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1976년에 들어서 공동주택이 ‘연립주택(2층 이하)’과 ‘아파트(3층 이상)’로 구분되고, 1984년에는 다세대주택이 공동주택의 범주에 포함됐다. (윤혁경) 건축물의 용도는 사람, 시대, 사회상황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분류하고 정의할 수 있다. 일상 또는 분양이나 계약, 그리고 개별 법령에서 분류·정의하는 것이 그러하겠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용도를 유사한 구조, 이용목적 및 형태별로 묶어 분류하되, 세부용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건축법 제2조) 건축물의 면적산정 방법에 대해서는 건축법 시행령 제119조에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를 규정하는 시행령 [별표1]에서 근린생활시설에 사용하는 바닥면적의 산정방법을 따로 정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해당 용도로 쓰는 바닥면적을 산정할 때 건축물의 내부를 여러 개의 부분으로 구분하여 독립한 건축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구분된 면적 단위로 바닥면적을 산정한다. 다만 다음의 경우에는 각 기준에 따른다.
첫째, 단란주점의 경우에는 내부가 여러 개의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더라도 합산하여 산정한다. 둘째, 동일인이 둘 이상의 구분된 건축물을 같은 세부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연접하지 않더라도 이를 모두 합산하여 산정한다. 셋째, 구분 소유자(임차인을 포함한다)가 다른 경우에도 구분된 건축물을 같은 세부 용도로 연계하여 함께 사용하는 경우(통로, 창고 등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경우 또는 명칭의 일부를 동일하게 사용하여 홍보하거나 관리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에는 연접하지 않더라도 연계하여 함께 사용하는 바닥면적을 모두 합산하여 산정한다. (건축법 시행령 [별표1] 비고)
위 규정이 반영된 건축법 시행령 개정(2014.3.24.) 이유를 보면, 제1종 근린생활시설 및 제2종 근린생활시설의 용도를 각각의 시설을 열거하는 방식에서 기능별 설명방식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업종의 시설이 등장하거나 기존의 열거방식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시설에 대해서도 건축물의 세부 용도에 따른 구분이 가능하도록 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이다. (법제처)
대개의 경우 건축물의 용도는 이용형태나 시설의 객관적 사정으로 구분하고, 이용행태나 사용권한에 따라 구분하지 않는다. 즉, 쓰임의 형태에 따라 주택이냐 상가냐 공장이냐로 구분하고 주용도와 부속용도로 나눈다. 전용으로 사용하는 공간과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의 구분도 없다. 건축물의 용도별 면적은 주용도를 중심으로 해당 용도에 쓰는 면적에 복도, 계단, 화장실, 부설주차장을 포함하여 면적을 산정한다.
그런데 집합건물법이 제정(제정 1984.4.10. 시행 1985.4.11.) 되면서 1동(棟)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수개의 부분이 독립된 건물로서 사용될 때에는 그 각 부분은 공유지분이 아닌 독립된 각각의 단독지분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집합건물법 제1조) 다시 말하면 일반상가 건물도 아파트와 같이 구조적으로 구분되면 단독으로 등기를 할 수 있게 제도가 정비되었다. 건축물대장도 일반건축물대장과 집합건축물대장으로 구분하여 작성된다. 건축물대장 기재란도 주용도, 부속용도, 부대시설 정도에서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으로, 공용도 전체공용과 부분공용 등 기재 사항이 추가되거나 세분화된다.
법령 정비와 사회변화로 준공한 건축물의 용도를 당구장(종전에는 위락시설로 분류), 볼링장, 도시형공장으로 영업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소유자(임차인)와 행정청 간 또는 건축물 용도변경 처리부서와 영업신고 처리부서 간에 이견이 생겼다. 예컨대, 건축법에서 근린생활시설 중 도시형공장이나 당구장은 200제곱미터 미만이고, 볼링장은 헬스장 등과 합해서 500제곱미터 미만이다. 같은 건물 안에서 여러 사람이 같은 업종의 영업을 영위하고자 할 경우에 이 면적 제한 때문에 임대차계약을 하고도 영업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거나 건축물의 용도를 위락시설, 운동시설, 또는 공장으로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알다시피 용도변경이 쉬운 게 아니지 않은가. 주차장법, 소방법의 시설기준을 충족해서라도 용도를 변경하여 영업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용도변경이 불가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사정도 고려하여 2014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 시에 ‘비고’가 신설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용도를 사람보다는 이용형태나 시설의 객관적 사정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영업에 있어서는 영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영업장 면적, 필수설비 구비 등 시설기준을 적용한다. 각각의 법령은 입법 목적에 맞게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운용되어야 한다. 다른 법령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우선 적용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모두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판례 참조) 그러나 동일한 건축물 안에서 입법 목적과 규율대상이 다른 법률을 적용하면서 국민들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즉, 이 법에서는 가능하다는데, 저 법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분양이나 임대차 계약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건축법상 적법한 건축물 용도변경도
관계 법령을 이유로 거부 가능
건축법은 건축물의 용도를 주택,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교육연구시설, 업무시설, 운동시설 등으로 분류한다. 이들 용도 중에서 소규모(200∼500제곱미터)의 경우에는 근린생활시설로 특별히 따로 분류하는데 이렇게 규정한 입법 목적과 취지가 있을 것이다. 근린생활시설로 분류한 경우에도 해당 용도의 면적이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에는 각각 문화 및 집회시설, 종교시설, 교육연구시설, 운동시설 또는 업무시설 등으로 변경하여야 한다. (현행 규정에는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하는 것은 제외하는 내용이 추가됨.) 이들 중에는 다중이용건축물에도 해당되는 규모와 용도도 있을 수 있다. 건축법령 안에서도 해당 조문에 대하여 적용을 배제하거나 우선 적용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각 사안에 대하여 모두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달에 경기도 이천에서 큰 화재가 있었다. 입주자나 이용자들의 피난, 건축물의 구조안전 등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하였으리라 믿는다. 건축물 실태를 점검하는 공무원은 건축물 이용형태뿐만 아니라 영업장 소유자나 건물 임차인을 확인하고 영업행태도 챙겨야 한다. 건축물에 관한 설계도서 외에 건축물 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영업 홍보물을 들고 다니는 시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