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물 붕괴 사고, “성토재와 중장비 등 무리한 하중 빌미”
광주경찰청, 중간 수사 결과 발표…무리한 해체로 건물 구조 취약해져 시공사 현장소장 등 구속, 재개발 조합 비리 수사는 지속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당한 광주 학동 해체건물 붕괴사고는 무리한 해체작업으로 불안정해진 건물이 성토재와 중장비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광역시경찰청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광주 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50일 만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사고는 해체계획서의 순서와 달리 건물 위쪽을 남겨두고 안쪽부터 파고 들어가는 방식(‘ㄷ’자 방식)으로 무리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건물은 횡방향의 하중에 취약한 구조가 되어 결국 한쪽으로 붕괴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관련자들이 안전불감증에 기반한 무리한 해체 방법 선택, 감리·원청 및 하도급업체 안전관리자들의 주의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물의 붕괴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사고 원인·책임자 규명은 일단락…업무상 과실치사로 9명 입건
경찰은 사고 직후 시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광범위한 압수수색,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자료를 확보했다. 국과수와 5차례에 걸쳐 현장감식을 실시하는 등 건물의 붕괴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공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원청회사, 하도급업체, 불법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 감리자 등 9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입건했고, 이 가운데 시공사 현장소장 등 5명을 구속했다.
원청회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업체 현장 관리자들은 시공업체가 무리하게 철거공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
불법으로 재하도급 받은 시공업체 대표는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해체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자는 한 차례도 현장 감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공사의 공동수급자로 계약을 체결하고도 실제 공사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수익지분만 챙기는 소위 ‘지분따먹기’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 같은 ‘지분 따먹기’는 필연적으로 입찰방해, 불법재하도급 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결국 공사 단가 하락에 따른 부실공사로 이어져 안전사고 위험을 증대시킨다”며 “하지만 현행법에는 처벌규정이 없는 문제가 있어 형사처벌, 과징금, 입찰자격 제한 등 처벌법규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