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축사는 전문직인가?

2011-08-01     편집국장

"대량생산 경제에서 전문직 직업인이란 특정 분야의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다. 이런 지식은 이미 오래된 책 속에 기록되어 있거나 정교한 규칙과 공식으로 법전화 되어 있다. 일단 수련자가 충실히 지식을 배우고 전문시험에 통과하면 대개는 중세적인 분위기의 장엄한 의식을 거쳐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지위가 자동적으로 부여된다. 그러면 그는 자기 이름 뒤에 전문직을 나타내는 몇 글자를 덧붙이고, 사무실 벽에는 졸업 또는 이수 증서를 붙이게 마련이다. 관련 협회에 가입해 매년 열리는 정례회의에 참석하고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고객을 찾아나서는 일이 그의 몫이다." 이는 미국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B. 라이시 교수가 1991년 펴낸 <국가의 일>에서 전문직 자영업을 묘사한 글이다.

"전문직"은 국가가 인정하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자격을 주어 역할을 맡긴 이들이다. 또한 어떤 직업군을 "전문직"이라고 부르며 독점적인 권한을 보장해줄 때에는,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건축사의 경우 공간과 구조물을 생산하는 공공적 지식인으로 공공적 측면에서 역할을 관장하고 권리와 의무를 갖는 사람이다. 미국의 경우 건축사를 비롯한 전문직은 철저히 전문영역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역사적 맥락과 소비자의 권리 보장 및 소비자 중심적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직들은 각자의 의무에 충실하면서 권한을 이용한 이익을 추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각자의 밥그릇을 보장해주는 것은 더더구나 당연한 것으로 건축사나 의사, 약사라고 해서 제 밥그릇 지키기에 나선다고 비난 받을 이유가 없지만, 정직하고 투명하게 번 돈이 존경 받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벌면 그만이라는 소위 천민자본주의가 최상위 지도층에서부터 만연한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당연한 자본주의적 행위들이 절대로 곱게 보일 수 없다. 각각의 주장이 각자가 속한 이해집단의 이익만을 관철시키려 드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결국 '공정거래'라는 틀 속에 갇혀 '카르텔'이라는 오명 속에 건축사의 업무대가는 사라져 버렸다. 전문직으로서 '명칭'조차 자리 잡지 못하고 '건축설계사'라는 희한한 명칭이 회자하는, 전문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무자격자와 동급 취급받는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권리는 침해당하고 책임만 남은 상처투성이 '건축사'의 타이틀로 할 수 있는 공공적인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