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설계도서는 저작물에 해당

“원본 CAD 파일에 사소한 변형만 가한 설계도서는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해야”

2021-07-07     박관희 기자
대법원 청사(사진=대법원)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이 반영된 설계도서는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저작물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경우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같은 이유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와 책임의 인과관계도 인정됐다.

6월 24일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판단 및 저작물 보호대상 인정 기준에 관한 손해배상 재판에서 원심 판결을 인정하고, 원고 설계도서의 창작성을 인정했다.

저작권법 제2조(정의)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해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

저작권법은 제4조(저작물의 예시)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같은 항 제8호에서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저작물이나 도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해당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용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능적 저작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원심은 원고 설계도서 중 적어도 지붕 형태, 1층 출입문과 회랑 형태 구조는 원고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어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면서 “원고 설계도서의 원본 캐드(CAD) 파일에 사소한 변형만을 가하여 작성한 피고 설계도서는 원고 설계도서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아 피고들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