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대장과 영업신고와의 관계 _ 지하철 역사에 약국 개설 가능한가?
도시철도법에 따라 지어진 지하철 역사 건축법상 규정된 건축물대장 없다는 사유로 관할 행정청의 역사 내 ‘병·의원 약국’ 개설 신고수리 거부는 부당 상대방에게 의무 부과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명문 규정 의미를 처분 상대방에게 불리하거나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하는 건 허용 안 돼
서울 지하철 역사에 의원이나 약국을 열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재점화됐다. 의원과 약국 개설에 대한 신고수리는 관할 보건소가 하는데 보건소마다 허가 여부가 달라서 수년째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하철 역사 내 점포에 대한 입찰을 따 내고도 보건소에서 신고수리를 거부당해 영업을 하지 못하는 지하철 8호선 잠실역 A 의원과 지하철 5호선 발산역 B 약국이 담당 보건소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 중이다. (이데일리, 2019년 8월 1일 보도) 이 보도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약국을 열려면 개설신고서 등을 보건소에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건소는 약국이 들어서는 건축물의 용도를 확인한다. 건축법에서 정하는 근린생활시설인 병·의원 약국이 개설될 수 있는 건축물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확인용도로 건축물대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하철 역사는 도시철도법에 따라 지어진 건축물로서 건축법상 규정된 건축물대장이 없다. 이데일리 보도에 의하면 이 때문에 보건소는 “건축물대장이 없어 용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의원·약국 신고수리를 거부하고 있다.
약국 개설등록 신고는
건축물대장 유무와는 무관
결론부터 말하면, 약국 개설등록 신고는 건축물대장 유무와는 무관하다.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명문 규정의 의미를 처분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 법제처 법령해석사례 재인용) 영업 신고와 관련하여 건축물대장이 없거나 건축물대장에 용도가 기재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는 영업에 관하여 해당 법률이 정하는 요건의 충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건축물대장은 과세목적으로 만들어진 대장(臺帳)을 1980년경에 건축물관리대장(건축물대장 이전의 용어)으로 이기(移記) 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당초 건축물대장의 작성 취지도 건축물에 관한 통계를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그런데, 근래에는 건축물대장은 건축법에 적법한 건축물만 등재되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건축물대장에 등재된 경우에는 건축법에서 정하는 피난·방화기준이나 구조기준을 충족하였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건축법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물을 건축물대장에 등재하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공부(公簿)등재라는 행정행위는 단순하지 않다. 단순히 민원해결이라는 일면만 본다면 그에 파생되어 미치는 영향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약국’이란 의약품 조제 또는 판매업에 필요한 장소를 말한다. (약사법 제2조) 약사법 제20조에 따르면 약국개설 거부요건으로는 ①개설등록이 취소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아니한 자의 경우 ②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③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改修)하여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④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 복도·계단·승강기 또는 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되어 있거나 이를 설치하는 경우다. 즉, 거부요건에 해당되지 않고 의약품을 조제하거나 판매에 필요한 장소가 있다면 개설등록을 해줘야 한다는 취지이다.
다시 말하면 그 장소가 건축물대장에 등재되어 있는 건축물로 한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법률에서 건축물이 아니라 ‘장소’라고 규정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행정규제기본법 등에 따라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을 뿐이다. 입법 취지로 본다면 지하든 옥내든 나지(裸地)든 불문하고 기준을 충족한다면 약국 개설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약국을 개설할 장소가 대규모 공사 현장이나 허허벌판에 있는 컨테이너면 어떤가. 영업시설의 요건은 중요하다. 건축물의 용도와의 정합성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물대장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을까.
*정부는 지난 4월 지하철 역사에서 안경점, 약국 개설을 전면 허용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