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경험을 고려한 디테일로 승부하라!

2021-07-05     김남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

유명한 짚신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짚신을 만들어 장에 내다 팔았는데 이상하게도 아버지 짚신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반면 아들의 짚신은 잘 팔리지 않았다. 비결을 묻는 아들의 질문에 아버지는 사업상 기밀을 얘기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아들에게 비밀을 전수했다. 바로 “털”이란 한 단어였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던 아들은 나중에 햇볕에 놓인 아버지의 짚신을 보고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만든 짚신은 깔끔하게 털이 정리되어 있어 맨발로도 편하게 신을 수 있었다. 고객 경험이 중시되는 시대에 이 우화는 좋은 통찰을 준다.

짚신을 이용하던 시대라도 버선을 신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짚신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잘한 털 관리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혁신가는 이런 사소한 불편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고 이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한 한옥호텔에서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이 호텔은 한옥을 신축하지 않았다. 다른 지방에 있던 250년 된 한옥을 사들여 옮겨와 조립했다. 신축 건물이 아닌 오랜 한옥이 주는 아우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따라오기 힘든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리셉션 절차도 남다르다. 보통 호텔에 가면 체크인 수속을 하고 조식이 어떻게 제공되는지 등 복잡한 설명을 듣는 것에서부터 고객 경험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 한옥호텔은 고요한 명상 음악이 울리는 공간에서 차를 대접받으면서 한옥의 역사와 유래를 듣는 것으로부터 고객 경험이 출발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리셉션의 스피커 시스템만 1억 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공간을 만든 사장님이 수많은 음악 가운데 가장 공간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선정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후 어느 지역에서 어떤 용도로 쓰였던 한옥인지 설명이 이어졌고 뒤에 대나무 숲이 있으니 꼭 산책해보라는 조언도 들었다.

짚신 전문가의 ‘털’에 해당하는 유사한 경험도 운 좋게 할 수 있었다. 이 한옥 호텔에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투숙객이 물에 은은히 비치는 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필자가 머물던 날 아침에 비가 내렸는데, 직원들이 분주히 물을 새로 갈고 있었다. 마침 이 곳을 지나던 사장님께 이유를 물었더니, 빗물이 조금 탁해서 산 모양이 의도한대로 비춰지지 않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을 갈아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외에도 수많은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의 종류와 위치 하나, 커튼 하나도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투숙비는 더 이상 비싸지 않게 느껴졌고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호텔의 사장님은 돈 이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히 있었기에 다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디테일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윤은 아마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설령 운이 따라주지 않아 돈을 많이 못 번다해도 이 곳 사장님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