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가연성 물질 다수 존재해 화마로 확대

초기 진화 이뤄지다 연소 확대된 케이스, 5일째 화재 진화 중 진화에 나선 소방공무원 안타까운 희생

2021-06-21     박관희 기자
지난 6월 17일 이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또다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진압에 나선 소방관이 실종된 지 48시간 만에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1년 전 이천 물류창고 화재에서 근로자 40여 명이 희생됐고, 세 달 뒤 인근 용인 물류센터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5명 사망, 8명 부상이라는 인명피해가 난 바 있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덕평로 쿠팡물류센터는 연면적 12만7,212제곱미터 규모로 프리케스트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7일 오전 5시 36분경 지하 2층에서 전기적 요인으로(추정) 화재가 발생했다. 당국에서는 대응 2단계를 즉시 발령하고 초기 진화에 나섰다. 초기 진화가 성과를 보이자 대응 단계를 일시적으로 낮춰가며 대응했다. 하지만 11시 50분쯤 연소가 확대되기 시작해 대응 단계를 다시 2단계로 올렸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공무원 1명이 숨졌고, 다른 한 명은 탈진으로 병원에 이송, 물류센터 직원 248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현재까지 화재 진압과 구조를 위해 인원 452명과 장비 196대가 투입됐다.

불이 난 쿠팡 이천 물류센터는 쿠팡 물류센터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소방당국은 내부선반에 포장을 위한 박스와 비닐, 스티커 등 다량의 가연성 물질들이 있었고, 이들로 인해 연소가 재확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물류센터 안에는 1,620만 개 물건들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피로 따지면 5만3,000여 제곱미터에 달한다.

복잡한 구조, 좁은 통로, 종이박스와 노끈, 비닐이 가득한 환경은 화재에 취약했고,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김부겸 국무총리는 6월 18일 오후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이상규 경기소방재난본부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해달라”면서, “건물 붕괴 우려로 내부 진입이 어려우므로 현장 소방관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진욱 대변인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가 소방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면서, “21대 국회에서도 화재 안전대책의 현실화를 위해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로 분법해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6월 국회에서 이 두 가지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서 더 이상 후진국형 화재 사고로 인해 국민과 소방관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여야가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체계적인 화재예방과 안전관리를 위하여 소방청장이 5년마다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ㆍ시행하고, 이에 따른 실태조사와 통계를 분석ㆍ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쿠팡도 사고발생 3일째인 20일 강한승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년 동안 안전전문 인력 700여 명을 추가로 고용했으며, 안전관리를 위해 2,5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면서, “사고가 난 물류센터의 경우 지난 2월부터 4개월 동안 전문 소방업체에 의뢰해 상반기 정밀점검과 함께 소방 안전을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개선사항을 모두 이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화재사고와 관련한 수사를 위해 수사전담팀도 구성됐다. 경기남부청에 따르면 수사팀은 총 25명 규모이다. 전담팀은 화재가 완전히 진화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과 함께 합동 감식에 나설 예정이다. 따라서 화재원인 규명과 확산과정, 소방시설 작동 여부 등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도 완진 후에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