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정보공개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은 국가 안전보장 등의 사안이 아니면 국민의 정보공개청구를 받을 시 응해야 정보는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 임의대로 선택하여 공개하고 싶은 정보만 공개할 수 있을까? NO! 민원인이 관에 제출한 진정서도 원본 그대로 제공해야

2021-06-16     백윤기 서울특별시 건축사무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일 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확 가슴에 와닿는 당연한 이 말은 대한민국 최고 상위법인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행정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각종 정보는 누구의 것일까? 정보를 보유하는 기관의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것인가?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공개법

국민의 ‘알권리’, 즉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는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하는 것으로써 헌법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는 권리이다. (대법원 판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 제정(1996.12.31.) 된 지 25년이 지났다. 이 법률을 적용받는 공개의무 기관은 국토교통부와 시청, 구청, 군청 같은 행정기관만 해당할까? 당연히 아니다.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대학교를 포함한 각급 학교, 행정기관 산하 공사, 공단, 그리고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특수법인 등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 포함된다. (정보공개법 제2조 및 동시행령 제2조) 심지어 대통령인수위원회와 대한건축사협회도 정보공개 대상 기관에 해당한다.

한편, 다세대주택을 짓고 있는 와중 옆집에서 허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감리 건축사는 민원을 조정·중재하기 위하여 진정서를 복사해 달라고 했더니 공무원은 ‘민원’이라 공개할 수 없단다. 일선 시청이나 군청에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공개할 수 없다는 비공개 답변을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요한 정보를 찾다가 허가청에 있을 것 같아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없다(부존재) 혹은 비공개 대상이라고 답변한다. 정보는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 임의대로 선택하여 공개하고 싶은 정보만 공개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하다.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보공개법 제3조) 즉,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하거나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 심지어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제출한 진정서도 원본 그대로 제공해야 하고, 위원회의 회의록이나 심의 의결서도 공개 대상이다.

국회 또는 의회의 회의록은 (청구하지 않더라도) 각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있다. 법률에 의하여 비공개 대상으로 정하였다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마냥 반드시 비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기간이 흐르거나 비공개로 할 사유가 없을 경우에는 즉시 공개로 전환해야 한다. 이달 초에 모 언론사에서 외국의 기밀문서를 우리나라에 공개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할 수 있다(정보공개법 제9조)고 규정하고 있을지라도 법률에 따라 공개하는 것은 정보공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설계도서나 진정서일지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 정보공개 청구인에게 복사하여 제공(공개) 해야 한다. 물품구매와 관련하여 계약상대방의 정보(상호, 사업자번호, 이름, 주소)도 비공개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해석례가 있다.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위원회와 같은 각종 위원회 위원 또는 설계공모 심사위원의 이름도 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계공모 공고문에 심사위원을 미리 공개하는 예가 있다. 이에 부담을 느껴서 심사위원으로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위원회 위원의 이름과 소속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공무를 수행하는 담당자와 협의를 진행하다 보면 의외로 이름 등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본인이 발송하는 공문서에 이름과 연락처가 없거나 오기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공무(公務)를 담당하는 직원의 이름과 직위는 비공개 대상의 예외로 정보공개법에 명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판례에 따르면, 정보공개를 요구받은 공공기관으로서는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공개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하여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되어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증명해야만 한다. 나아가 정보공개청구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그에 근거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인 권리이므로, 공개청구의 대상이 되는 정보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거나 인터넷 등을 통하여 공개되어 인터넷 검색 등으로 쉽게 알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비공개 결정이 정당화될 수 없다.

행정정보공개 당당하게 청구하자

헌법에 명시된 국민주권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필요가 있다. 행정정보공개 당당하게 청구하자. 정보공개 무서워하지 말라. 공개할 자신이 없다면 문서를 생산하지 않으면 되고, 문서를 만들 바에야 신중하게 당당하게 만들면 된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정책실명제도 실시하고 있다. 법원 판결문이나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가 원문 그대로 각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공개되고 있다. 관행적으로 비공개가 당연하듯이 이어져 온 연구용역 성과물도 모두 공개하자. 연구참여자도 용역발주자도 모두 당당할 수 있게 캐비닛에서 잠자는 성과보고서도 공개하자. 무엇이 겁나는가? 언제까지 캐비닛 속에서 잠자다가 쓰레기장으로 직행(?)해야 할까. 예산(세금)으로 만들어진 용역성과물이 모두 공개되는 그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