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신라의 역사가 담긴 연못, 경주 서출지(書出池)

2021-06-16     김진섭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라온

경주 서출지(書出池)
경주 서출지(慶州 書出池)는 경주시 남산동에 있는 삼국시대의 연못이다. 대한민국 사적 제138호로 지정되었다가, 2011년 경주 서출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경주 서출지는 둘레가 이백여 미터가 되는 삼국시대에 조성된 연못으로, 연못 뒤편에 조성된 정자 이요당과 함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경주 서출지는 사금갑(射琴匣) 설화가 전해져 오는 곳으로, 그 내용이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신라 21대 왕 소지왕이 경주 남산 기슭의 천천정(天泉亭)에 거동하였을 때 쥐와 까마귀가 나타나 까마귀 가는 곳을 살피라고 하였다. 왕은 신하에게 그 뒤를 쫓게 했으나 신하는 연못 가에 이르러 두 마리의 돼지가 싸우고 있는 것을 보다 까마귀가 간 곳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때 연못에서 한 노인이 나와 서찰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주었다. 신하는 이를 임금께 올렸는데 겉봉에 ‘이를 뜯어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고 뜯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이 죽는다는 말에 왕은 봉투를 개봉하려 하지 않았으나 “두 사람이란 백성이요, 한 사람은 임금을 말하는 것입니다”라는 신하의 말에 봉투를 개봉하게 하였다.

봉투에는 ‘금갑(琴匣)을 쏘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왕은 궁으로 돌아와 금갑을 향해 화살을 당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에는 내전에서 분향 수도하던 승려와 궁녀가 몰래 사통하고 이들이 왕을 살해할 흉계를 꾸미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곧 사형에 처해졌다. 이후 연못에서 서찰이 나왔다 하여 연못의 이름을 서출지라 하였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정월 보름에 찰밥을 준비해 까마귀에게 제삿밥을 주는 오기일(烏忌日)의 풍속이 생겨났다고 한다. 아직 불교가 공인되지 못하던 시절, 신라에서 이른바 종교 권력을 놓고 불교계와 일관으로 대표되는 전통 종교 간에 갈등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전설이다. 신라에서 불교가 정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 전설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과 현실을 반영하는 전설로 보인다.

이요당(二樂堂)
이요당은 경상북도 경주시 남산1길 17(남산동)에 있는 경주 서출지에 세워져 있는 조선시대의 정자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요당(二樂堂) 임적(任勣:1612∼1672)이 1664년(현종 5)에 건립하였다고 한다. 서출지는 사금갑(射琴匣) 설화가 전해져 오는 곳으로, 백련과 홍련의 연지와 연못 주변에 심어 놓은 배롱나무의 절경으로 경주에서도 손꼽히는 명승지이다.

임적은 본관이 풍천(豐川)으로, 자는 공무(公茂), 호는 이요당이며 임이현(任以賢)의 아들이다. 학문을 좋아하여 후학 양성에 힘썼고, 빈민 다수를 구제하는데 힘썼다고 한다. 1663년 심한 가뭄이 닥쳐오자 마을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땅 밑에서 물줄기를 찾아내 이웃에게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짓게 했다고 전해진다. 평소 가난한 사람을 많이 도와 덕망이 높았다고 한다. 이요당은 임적이 풍천임씨 종택 앞에 세웠다고 한다. 건립 당시만 해도 종택의 부속 별당과 같았다. 현재 서출지 뒤편 임적의 후손들이 살았다는 종택은 무량사라는 사찰로 바뀌어 있다.

정자는 누마루 기둥을 물속에 세워 연못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칠십여 평방미터 정도 규모다. 정자의 절반은 육지에 세워져 있고 나머지 절반은 연못에 다리를 내려 물에 세워져 있다. 연못에 돌을 쌓아 그 위에 건물을 올렸다. 임적이 건립할 당초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단출한 규모였으나 다섯 차례의 중수를 거쳐 현재는 정면 4칸, 측면 2칸, 팔작지붕 ㄱ자 모양의 구조를 갖췄다.

이요당이라는 정자명은 ‘논어’의 ‘인자는 산을 좋아하고[仁者樂山], 지자는 물을 좋아한다[知者樂水]’에서 따온 것으로, 정자 건립자 임적의 자연을 벗하고 세속을 떠나 학문에 매진하고자 하였던 품성이 담겨 있는 정자 이름이다. 이요당이라는 편액과 함께 빙허루(憑虛樓)라는 편액이 함께 걸려 있다. 이요당은 요란한 단청이나 장식을 하지 않은 모습이 단아하다. 지금도 서출지 뒤편에는 풍천임씨의 집성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서출지 남쪽 양피못 언덕에는 임적의 아우 임극(任勀)이 지은 산수당(山水堂)이 있다.

서출지에 둘러싸여 있는 이요당 주변은 경주에서도 명승지로도 꼽힌다. 특히 한여름에 연꽃이 만발하고 배롱나무가 만화할 때 연못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가 있다. 배롱나무들이 붉은 꽃을 피우고, 연못의 연꽃들이 피어올라 다양한 색채의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주로 백련이 푸른 연잎 사이로 쑥쑥 올라와 청초한 흰빛을 띠지만, 곳곳에 홍련도 있어 투명해 보이는 붉은빛과 푸른 연잎의 조화가 잘 어울린다. 서출지 안쪽에는 배롱나무가, 바깥쪽에는 사시사철 푸르른 경주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정자는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가 없다.
서출지 주소=경북 경주시 남산1길 17 현각사
[출처 : 역사문화유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