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2021-06-16 함성호 시인
가을 하늘
- 이복현
아직도
꿈의 화살이 닿지 못한
먼 과녁
빗방울 하나도 듣지 않은
고요 연못
- 이복현 시집
‘한쪽 볼이 붉은 사과’ 중에서 /
현대시학 / 2021년
일본에는 하이쿠라는 시가의 형식이 있다. 각 행마다 5, 7, 5음으로 모두 17음으로 이루어진다. 하이쿠에는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나 상황이 꼭 들어간다. 그리고 독자가 나름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완결성이 있어야 한다. 이 시는 하이쿠의 요건에는 맞지 않지만 ‘먼 과녁’ ‘고요 연못’같은 단어로 계절감을 주고 빈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하이쿠와 많이 닮았다.
바쇼는 이렇게 얘기했다.
“소나무에 대해선 소나무에게 배우고, 대나무에 대해선 대나무에게 배워라. 그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주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