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지원금 심의 관련 한 방송사 “한옥 심의기준 명확치 않다” 보도, 사실은…
한옥지원금 심의 논란…한옥 보존 VS 규제
한 공중파에서 한옥지원금 심의를 두고 심의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한옥 건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돼 그 배경과 사실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SBS는 지난 5월 24일 서울시 은평한옥마을에 집을 짓는 A 씨가 네 차례의 서울시 심의와 은평구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을 두고 지원금 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사실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지원금 심의는 일반 심의보다 엄정한 잣대로 평가받고 검증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공간구성 및 배치 ▲한옥의 구조 ▲외벽 및 입면 등 한옥비용지원 심의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심의 시 체크리스트를 통해 이에 대한 이상 유무를 확인토록 하고 있다.
서울시 건축자산전문위원회 B 위원은 “심의 기준은 ‘가급적’ 등의 모호한 기준을 없애고, 최소한의 공익적 요소들을 심의 기준에 명시해 한옥의 고유 경관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심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주관적인 의결이라는 방송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한옥비용지원 심의기준 체크리스트를 통해 전통 한옥 구현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음에도 주거건축 격식과 심의기준이 원하는 한옥양식에 맞지 않는 방식을 고집해 심의 통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 현실”이라고 소개했다.
◆ 한옥심의, 한옥 보전과 진흥 목적
지역의 정체성 주요 심의 기준
본지 취재결과, 심의과정에서 위원회의 요구사항은 “중층구조 한옥 설계안에서 1층 천정구조를 현재의 서까래 구조가 아닌 일반적인 천정구조(우물천정 또는 고미반자) 형식으로 수정하라”는 것이었다. 서울시 한옥비용지원 심의기준에서 규모 및 높이는 주변의 경관자원(산, 공원, 강, 하천, 문화재, 인근 한옥 등) 및 지형 등 지역특성을 반영하여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대지 내 한옥의 위계를 고려하여 계획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옥의 상부 주요구조부는 전통 목구조를 원칙으로 하며, 지붕 높이는 0.65a(a: 건물 보방향 폭) 이하, 목부개 결구는 전통방식의 이음과 맞춤으로, 덧대거나 맞대어 결구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다.
보도가 된 한옥의 심의를 담당한 B 심위위원은 “문제가 된 건축주의 한옥은 2층의 체감 없이 적층방식의 층구분을 하면서, 서까래를 전체 노출하고 종량까지 설치한 사례”라면서 “좁은 대지에 마당 등 개방공간 없이 밀도가 높게 구성되었고, 그런 점에서 보면 개방감 확보를 통한 질서유지·공공성 확보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B 심의위원은 “한옥 비용지원은 한옥의 보전과 진흥을 위해 심의기준에 부합한 건에 한해 이뤄지는 것이지 새로운 한옥양식 개발 장려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건은 심의기준에 부적합한 구조라 심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진 경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촌으로 대표되는 종로구에서 한옥심의위원을 맡고 있는 한 위원은 “한옥마을도 그렇지만 종로구 역시 주변과의 어울림, 즉 지역의 정체성을 중요한 심의기준으로 삼게 된다”고 전제했다. 또 “비례를 중요시 하는 한옥구조에서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한옥의 가치도 무너질 뿐만 아니라 지역의 정서도 담아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주의 시각에서 보면 ‘주변과의 어울림’이라는 말이 다소 주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당장 북촌의 경우 지역적인 여건을 고려해 1층만 지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런 기준은 재산권 행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소위 규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심의를 하는 입장에서는 심의기준을 기초해 이런 규제를 통해서라도 도시와 지역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그것이 심의제도의 기능과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주관적인 가치 개입이라고 오해해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는 반대로 한옥이 시대에 맞게 현대인이 사는 생활 한옥으로서 다양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게 사실이다.
C 건축사는 “특정 구조나 형식으로 과도하게 구조와 형태를 제한하기 보다는 전통의 의미를 살리고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재료와 기술이 접목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한옥 전문가를 양성하는 노력들도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