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레짐에 걸린 건축분야, 목조건축으로 해결하자
지구환경 및 사회·경제의 지속성에 대한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기후 레짐(climate regime)1)이 확대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 인간이 초래한 인위적인 행위에서 비롯되고 있다. 여기에 건물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전 발생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건축분야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목조건축 분야에 순풍이 불고 있다. 얼마 전 한 종편 방송에서 방영된 ‘나무의 혁명’ 다큐멘터리에서 그 변화를 볼 수 있었다. 2050탄소중립의 목표 달성에 건물에너지를 줄이는데 목조건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하이브리드나 모듈 개념을 적용한 고층 목조 빌딩 붐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목조건축물은 2019년에 완공된 노르웨이에 있는 묘스타워(Mjøstårnet)다. 높이가 85.4m(지상 18층)이다. 층수가 가장 높은 목조건축물은 오스트리아의 호호비엔나(Hoho Vienna)로써 24층(85m)이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지상 80층의 아파트와 호텔을 계획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스미토모임업이 350m, 지상 70층의 초고층 빌딩을 도쿄에 계획하고 있다.
또 오바야시구미(大林組)는 중산간 지역에 생활자 1만5천 명, 5천5백 세대를 대상으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집약한 ‘LOOP 50’을 제안하고 있다. ‘LOOP 50’은 순수 목조 높이 80~120m의 구조체로 지름이 650~800m 루프 모양의 거주 건물과 100m 돔형의 에너지센터로 구상된 순수 에너지 자립형의 도시다. 흥미로운 점은 소유한 나무의 성장에 맞추어 벌채하고, 수확한 목재만큼 건축물을 만들며 수명을 다한 건물로부터 나오는 폐재나 제재할 때 나오는 단목, 간벌재, 수피 등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에너지 수지 시뮬레이션에 따라 50년 걸려 성장한 나무로 매년 1구획을 증축하고, 수명을 다한 1구획을 해체하여 도시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증축과 해체의 순환으로 건물의 신진대사를 조절한다는 신선한 발상이다.
국내에서도 건축법에서 목조건축의 규모 제한이 삭제되면서 고층의 대규모 목조건축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영주에 높이 19.12m의 5층 ‘한그린 목조관’을 2019년에 준공했고, 이어서 산림복지진흥원 교육센터와 서울대학교 AI 센터가 7층 높이의 목조건축을 설계하고 있다.
목재는 자체 중량은 가볍지만 튼튼한 재료다. 이런 재료를 나타내는 척도로 물리학에서는 강도를 비중량으로 나눈 값인 비강도(比强度)로 표시한다. 비강도가 높은 구조재로는 탄소섬유, 유리섬유 및 다양한 중합체와 같은 섬유가 있다. 또 티타늄, 마그네슘 및 고강도 강철 합금과 같은 고가의 금속은 로켓, 항공 우주 및 기타 용도에 사용되고 있다. 목재의 비중은 0.3~0.8 정도로 철 7.8이나 콘크리트 2.3에 비해 매우 가볍다. 인장 비강도는 철의 3배, 콘크리트의 120배, 압축 비강도는 철의 3배, 콘크리트의 10배나 된다.
하지만 철이나 콘크리트는 재질과 강도가 균질하므로 구조설계 값을 적용하기 쉽지만, 목재는 그렇지 못하다. 직립하면서 자라기 때문에 수분과 양분을 빨아올리고 내리는 파이프 모양의 세포가 섬유질로 채워져 있다. 이때 섬유의 길이방향의 힘이 횡단방향의 약 10배나 강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차이로 목재는 건조 수축이나 강도의 편차가 크다. 그러므로 많은 고정하중을 지탱해야 하는 적층건축에서 목조가 철골이나 RC에 비해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철이나 콘크리트보다 높은 비강도를 갖고 있지만 고층건축에는 목조를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고층 목조건축이 가능해진 데에는 몇 가지 기술이 복합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목재 소재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상쇄하는 기술 개발에 있다. 구조용 직교집성판(CLT)이나 구조용 집성재와 같은 공학 목재는 섬유 방향의 흐름을 직교 또는 평행으로 배열 조정하고 결점이 있는 부분을 제거하고 이어 붙여서 균질한 강도 성능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최근 비약적 발전을 하고 있는 3D 모델이나 컴퓨터로 설계·해석 기술이 도입되어 시공 가능한 정보를 설계자가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CAD/CAM 등 공작기계의 성능 향상으로 복잡한 형상의 가구도 가능해지면서 가공의 정밀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데이터에 의한 설계와 시공을 연계하여 부재의 생산을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4가지 변화, 즉 구조용 공학 목재 개발, 3D 설계, CAD/CAM 가공, 데이터 연계가 적층 고층 목조건축의 기술적 변화에 획기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내 목조건축 기술이 시급하게 적용해야 할 과제가 있다. 공동주택과 아파트의 수직 증축 리모델링 사업이다. 최상부 증축 설계에 목재의 높은 비강도를 적용하면 콘크리트로 2~3개 층을 더 올릴 것을 3~5개 층으로 증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구조보강의 용이성과 공기 단축을 위해 목구조를 적용하는 것이 건축분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행 차원에서 적극 검토되었으면 좋겠다.
1)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필요하다고 합의한 넓은 의미의 실천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