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의 건축설계 업무가 설계 독점?”

언론을 통한 계속되는 건설사의 설계겸업 허용 요구

2015-02-16     손석원 기자

보다 일괄적인 정부정책도 필요

건설사의 설계겸업 허용에 대한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어 건축업계의 반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9일자 건설경제 3면에는 <‘칸막이식 업역’ 울타리, 수주‧생산체계 옥된다>라는 기사를 게재됐다. 기사의 큰 틀은 건축설계 겸업 제한으로 인해 건축사에게 건축설계를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으며, 이는 건설업체의 설계업 진입이 막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건축설계업과 건축시공업은 건축사법이라는 높은 장벽에 막혀 실질적으로 겸업이 금지돼 있다. 건축사법은 건축설계업을 하려면 ‘건축사사무소’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하고 해당 업체의 대표자는 반드시 건축사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건축사에게 건축물 설계를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건설업체의 진입을 막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게재했다.

과연 건축사법이 건축사에게 건축물 설계를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법일까. 이는 상식적으로 정부가 왜 전문자격제도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찾아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의료전문자격은 의료법에 의한 ‘의사’가 있고, 법률전문자격은 변호사법에 의한 ‘변호사’가 있듯이 ‘건축사’는 건축사법의 의한 건축전문자격을 말한다. 전문자격은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하는데, 정부 14개 부처에서 128개의 전문자격이 존재한다. 정부가 전문자격제도를 도입한 것은 무엇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 2009년 연구 발표한 ‘전문자격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문자격사의 존재이유는 정부가 시장실패를 막고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문자격사제도를 도입했다”고 기술했다. 현업 중인 한 건축사는 “건축사는 국민의 안전 및 재산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직업이라는 점을 건설업계는 알아야 한다”며, “건축사법에 의한 규정들의 취지는 영리 추구만을 목적으로 건축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도록 함이다. 즉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하고 전문자격사의 지나친 이윤 추구를 억제하며,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문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조치이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기사는 “설계겸업 제한으로 건축사들이 직업 선택권도 제한받는다”고 게재해 물의를 빚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현행 규정상 건축사는 반드시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거나 건축사사무소에 취업해야 건축설계 업무를 할 수 있다. 시공사에 취업한 건축사들은 원칙적으로 설계를 할 수 없다. 무엇보다 건축사사무소와 대형 건설업체 간 기업 규모의 격차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약, 개인의 급여와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건축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받는다는 주장도 있다”고 게재했다. 이에 대해 한 건축사는 “국내에서 건축사자격을 취득하고 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시공사에 취업하기 위해 설계겸업이 허용되어야 하나”라며, “건축사는 자격을 취득한 사람을 칭하기도 하지만, 이 자체가 하나의 직업인데, 건축사가 무슨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건설업계의 계속되는 설계겸업 요구에 정부가 일괄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 규제개혁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에서 건설업체의 건축설계 허용여부를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한편으로 정부가 건축을 진흥시키면서 다른 편으로 ‘건축죽이기’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건축사를 양성하기 위해 UIA(국제건축사연맹)의 권고기준에 따라, 지난 2012년 5월 건축사법을 개정해 ‘건축사등록원’을 설립, 선진 건축사자격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설계, 감리 등 건축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창의력 있고 품격 있는 건축물을 만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을 2014년 6월부터 시행했다.

한편 건설업계의 설계겸업 요구가 정권교체마다 재논의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규제개혁 핵심과제에서 ‘건설업체 설계업 진입규제’를 개선완료로 종결 처리했으며, 2012년 규제의 재검토 조항 역시 삭제하여 현행 유지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건설단체가 전경련, 상공회의소 등 대규모 경제단체를 통해 건축설계겸업을 재차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재론되는 것은 소모전밖에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