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뭘 했을까?
2021-04-16 함성호 시인
그때 나는 뭘 했을까?
- 정한용
미사일이 터진 가자 지구 폐허에도
여전히 고물 자동차가 붕붕 다니고
탱크가 짓밟은 체첸 뒷골목에서도
아이들은 탕탕 총싸움 놀이로 뛰어다니고
폭격기가 쓸고 간
코소보의 무너진 아파트에서도
늙은 여인이 터벅터벅 물 길러 나오고
그런데…… 그런데……
여긴 아무것도 없다
나뭇가지로 엮었던 지붕은 불타 재만 날리고
앙상한 흙벽은 알몸을 드러냈다
뜨거운 햇살 한 줄기가
상처를 핥으며 지나갔다
새도 울지 않았다
포아풀도 몸을 낮추고 시들었다
시간도 멈췄다
다르푸르
사막 한가운데
두꺼운 정적만이 한때 단단했던
모래를 잘게 부수며
오래 기다리고 있다
- 정한용 시집 ‘유령들’ 중에서 /
민음사 / 2011년
코로나로 인한 광범위한 감염의 공포 속에서 인간의 자유의지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마스크를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을 벌레 보듯이 피하고 있다. 그런 공포와 개인의 자유의지에서 전쟁, 기아, 폭력과 그로인해 난민이 된 사람들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지금의 나는, 먼 훗날 “그때 나는 뭘 했을까?”는 질문의 답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