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 그리고 삶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들을 한 번에 바꾸어버렸다.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모임도, 식사도, 운동도 할 수 없게 만들었으며, 심지어 가족행사도 못하게 하였다. 대면으로 하던 많은 일들이 비대면으로 급속하게 변화하였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나 학교에 가는 대신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었다. 이로 인하여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과 강연회 등 언택트 경제활동이 빠르게 현실화되어 주거공간 역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거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첫째,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크게 증가하면서 안방, 자녀방, 옷방과는 별도로 서재까지 갖출 수 있는 방 4개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졌다. 지난해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통계정보에 따르면, 전용면적 86∼100㎡(30평형대 중후반) 규모의 중형아파트 거래는 전년대비 197% 증가하였으며, 대형평형으로 분류되는 전용면적 136∼165㎡(50평형대)의 거래도 191%나 증가하였다. 1∼2인 가구중심으로 소형아파트의 인기가 커질 것이라는 트렌드 전망을 벗어나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인식되면서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둘째, 집이 단순 거주공간에서 취미와 여가, 직장, 교실의 역할까지 겸하는 복합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야외활동의 제한과 언택트 트렌드 확산 등으로 집콕, 홈카페, 홈트 등을 키워드로 하는 신주거형태가 확산되고, 재택수업의 확대로 집이 단순한 거주공간에서 취미와 여가 등을 겸하는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에 일부 주택건설사에서는 업무, 여가, 위생 및 보건공간을 한 집에 접목한 ‘All-in-Room’ 평면을 선보이고 있다. 광폭으로 설계된 주 침실 내부를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으로 분리한 ‘Home Work Station’이나 현관 앞에 세면대와 세탁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 설치, 주거공간에 진입하기 전에 간단하게 손을 씻고 외부환경에 노출된 외투와 의류들을 세탁·보관하여 위생적 환경을 조성하는 ‘Clean Station’ 등 가족단위 거주자들을 위한 맞춤특화 평면을 제공하고 있다.
셋째, 시골의 전원주택이나 주말주택 선호현상이 강화될 것이다. 인구 밀집도가 매우 높고 이에 따른 접촉이 잦아 바이러스 전파가 용이한 도시지역을 떠나 물이나 공기 등 자연환경이 좋아 건강에도 유익하고 심적으로 편안한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경제활동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도시지역에 거주해야 하는 경우라면 주말이나 휴일만이라도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생활하는 주거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고정적 주거형태가 아닌 쉽게 만들고 이동 가능하며 필요한 기능만 추가된 Smart Device 형태의 집이 등장할 수 있다. 이 주택은 이동이 가능하여 소유하지 않고 원하는 지역에서 필요한 시점에 빌려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유형 공간으로 등장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고도 산업화와 대도시화의 정점에서 자원고갈, 환경파괴, 불평등 심화, 공동체의 파괴 등 다양한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한 해도 코로나19로 인하여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주거를 다시 바라보는 전향적 시각과 미래지향적 대응이 필요하다. 위기가 변화의 시발점이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