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과 ‘미래 감염병X’ 예방의 ESG 투자

2021-03-16     이동흡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이동흡 교수

내 기억에 수많은 겨울이 오갔지만, 이렇게 어둡고 지루한 겨울은 없었던 것 같다. 봄이 오는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아침 산책길에 답답한 마스크를 당장 벗어던지고 봄의 왈츠라도 신나게 추고 싶지만 아직은 긴장을 늦출 상황이 아닌 것 같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감염병학 교수인 조나 마제트는 “코로나가 지나가도 야생에서 인간으로 옮겨올 수 있는 아직 정체를 모르는 인수공통감염(zoonotic) 바이러스가 50만종이나 있지만, 현재 그 정보를 아는 것은 0.2%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백신은 상처에 밴드일 뿐…. 숲을 보존해야 팬데믹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1). 미래에 또 닥칠지 모르는 ‘미래의 감염병X(Disease X)’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명이 지구에 탄생할 때부터 바이러스는 생명 진화의 파트너로 야생의 자연에 존재했다. 생물은 필요에 의해 이들 바이러스와 공존하고 있었으며, 숲속에서 사는 동물을 숙주로 살고 있다. 그동안은 사람에게 옮기지 않고 조용히 숨어서 살아왔던 것은 인간의 활동 영역과 구분되어 삶터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을 위해 인류는 농지 확대와 불법 목재 벌채를 자행하면서 바이러스가 사는 곳을 헤집어 놓고 있다. 사는 집을 빼앗긴 동물들은 정주할 곳을 찾아 바이러스와 함께 사람이 사는 도시로 나온 결과가 바이러스 창궐의 원인이라는 것이 많은 연구자의 견해다.

이제부터라도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우선 인간과 바이러스가 각자 공존할 수 있는 숲을 조성하여 집을 잃은 동물들을 다시 본래의 삶터로 돌려보내야 한다. 하나의 방법으로 “1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각국이 치른 비용의 단 2%만 투자하면, 전 세계 산림 황폐화 방지 사업을 10년간 벌일 수 있으며, 이는 ‘감염병X’ 발발을 4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마제트 교수는 방안을 제시한다. 산림은 세계 육지 면적의 약 30%를 차지하고, 거기에는 생물종의 약 80%가 살고 있으며, 생물 다양성 보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2). 그러나 세계의 산림은 계속 감소하면서 자연재해는 물론 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키고 있어 사회 전체에서 산림보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 자연재해, 미래 감염증X라는 과제가 경제성장이나 사회문제에도 파급되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17개를 제시하고 그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부나 국제기관은 물론, 시민사회, 기업 등 모든 사람들의 참가를 중요시하며, 사회·경제·환경적 합의를 끌어내고 있다. 또한 투자 세계에서도 기업환경의 투명성 확보와 기업부문 SDGs 달성의 성과 발자국을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해 추적 모니터링하고 있다. 즉 ESG는 기업부문 SDG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SDGs와 산림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임업이나 목재산업과의 관계가 소홀했던 다양한 경제 주체에서도 상호 협동이나 산림 공간 활용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세계 전체 ESG 투자액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34% 증가한 30조6,830억 달러 규모다3). 또한 산림분야에서도 다양한 대응이 확대되고 있다.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산림은 ESG 투자에 매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산림에 대한 투자는 SDGs의 주축을 이루는 생태계의 서비스에 해당한다. 여기에 숲의 조성에 대한 투자는 바이러스와 공존을 모색하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으므로 기업 이미지 인식을 제고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수목은 광합성 과정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숲은 탄소의 순 흡수체이지만, 오래되고 관리되지 못한 숲은 기능을 잃어버려 탄소를 대기로 배출하는 순유출물이 된다. 이용하기 위해 심어진 나무는 어느 정도 성장하면 탄소를 흡수·고정하는 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하기 때문에 베어내고 새로 심어야 한다. FAO(세계식량기구)는 지속가능한 목재 가치 사슬이 SDGs개발에 보다 강화된 역할로 지원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다.

목재로 건축하면 산림에서 포획된 탄소가 건물에 저장된다. 목조건축은 숲이 다시 탄소를 흡수할 때까지 탄소를 저장하는 탄소 싱크(sink)다. 또한 에너지 집약적인 건축 재료를 목재 제품으로 대체함으로써 제조나 가공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SDGs에 공헌한다. 여기에 숲은 가뭄과 집중호우, 물 부족과 토사재해 발생으로부터 수원 함양 및 토사 붕괴 방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그들의 집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의 출현을 차단하는 예방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림은 자원으로 성숙되고 있지만, 손질 부족과 이용 부족으로 인해 질적 내용을 저하시키고 있으며 임업 노동자의 감소, 고령화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새로운 산림·임업의 시대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언 땅이 녹아 나무 심기에 좋은 온도는 평균 6.5℃다. 새순이 나오기 전 묘목을 옮겨 심으면 뿌리 활착률이 높으므로 요즈음이 나무를 심는 적기다. 식목일을 맞으면서 우리의 국토는 ESG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1) 조선일보 2021년 3월 6일 8면
2) 유엔 산림 전략 계획 2017-2030
3) The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 " 2018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 "